울지도 않는데 먹먹하다. 눈물도 안나오는데 슬프다.
사회의 노년층, 이른바 '꼰대'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는 이제껏 봤던 드라마들과 분명 궤를 달리한다.
고현정(박완 역), 그리고 특별출연한 조인성(서연하 역)이 달콤하지만은 않은 청춘의 씁쓸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신성우(한동진 역)가 이들과 삼각 러브라인을 그리고 있다지만, 이들은 결코 극의 '중심'이 아니다.
늦은 나이에도 누구보다 자신들의 삶을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한색이 아닌 각각의 색깔이 뚜렷한 노년층의 이야기가 곳곳에 피러난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꼰대'라고 쉬이 무시당했던 이들이다.
지난 21일 방송된 '디어 마이 프렌즈' 4회는 한밤중에 교통사고를 내게 된 조희자(김혜자)와 문정아(나문희)의 모습이 긴장감 있게 그려졌다. 차에서 내려 쓰러진 노인을 확인한 두 사람은 황급히 자리를 떠난다. 뺑소니다.
위급한 상황인 두 사람에게 연락을 받고 달려온 이는 박완이다. 박완은 툴툴대면서도 그들을 희자의 집까지 무사히 모신다. 다만, 이 과정에서 차에 묻은 피, 그리고 심상치 않던 두 이모들의 모습에 결국 뺑소니 사실까지를 깨닫고 당혹해 한다.
사고는 희자와 정아의 우정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희자는 운전대를 잡은 정아를 대신해, 죄를 뒤집어 쓰고자 한다. 정아 역시 죄책감에 현장을 찾더니, 결국 가방에서 피묻은 수건을 꺼내 경찰에 자수한다.
뺑소니 사고 자수에 앞서 아들 민호(이광수)와 영화관 데이트를 하는 희자. 어릴 적 추억이 밴 솜사탕이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자신의 품에 안겨, 영화가 몇번이고 상영될 때까지 깨지 못하는 엄마 희자를 꼭 안는 민호.
정아의 상황도 좋진 않다. 자신을 항상 무시하고 윽박만 지를 뿐 아니라, 약속했던 해외여행도 나몰라라 하는 남편. 자신을 어릴적 입양한 엄마에게 "친딸이면 안 이랬겠지"라고 모진 말을 반복하며, 남편이 행하는 끔찍한 가정 폭력을 숨기기만 하는 첫째 딸 순영까지.
물론 여전히 예전처럼 사랑하지만,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서연하(조인성)에게 화상 통화로 이별을 이야기하는 박완의 모습도 울먹이지 않고 오히려 덤덤하다.
장면 장면이 그렇다. 여느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죽을 듯 오열하는 신도 없고, 그 흔한 눈물조차 쉬이 나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눈물 없이, 슬프고 또 먹먹하다. / gato@osen.co.kr
[사진] '디어 마이 프렌즈'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