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위기에 빠져 있는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다. 최근 부활의 조짐이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2% 부족하다. 간신히 10%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에 다시 한번 반등의 기회가 필요하다. 부활의 답을 과거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대한민국의 웃음을 책임지던 잘 나가던 시절의 '개콘' 레전드 코너를 되짚어본다. '개콘'의 부흥기에는 이런 코너들이 시청자들의 배꼽을 빠지게 만들었다.
◆진짜 삭발하는 투혼까지…'대화가 필요해'
서로에게 무뚝뚝한 현실 가정을 풍자한 '대화가 필요해'는 '개콘' 레전드 코너로 빠지지 않는다. 김대희, 신봉선, 장동민 나와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포맷. 심플한 구성이지만 세 사람의 웃음 '케미'는 인상적이었다. 특히 김대희는 아파트 재건축을 요구하며 무대 위에서 진짜 삭발하기도 했다. 비록 재건축이 확정돼 우스꽝스러운 반 삭발 상태가 됐지만 웃음 만큼은 확실했다. '대화가 필요해'는 2년간 안방의 웃음을 책임진 뒤 멋지게 박수받으며 퇴장했다.
◆개그+뮤직=대박…'뮤지컬'
음악 예능은 과거에도 통했다. 특히 개그와 음악의 합작품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품기 충분했다. 대표적인 '개콘' 내 뮤직 코너는 '뮤지컬'이다. 이동윤, 신봉선, 노우진, 유민상, 김재욱 등이 나온 이 코너는 콩트에 뮤지컬을 접목한 멀티 포맷이다.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마이크가 등장해 상황에 맞는 가사가 웃음을 더했다. 개그맨들의 수준급 노래 실력은 보너스. 특히 '남자를 몰라', '아시나요' 편은 보는 이들을 펑펑 울게 만드는 퀄리티로 유명하다.
◆분장 개그의 정석…'분장실의 강선생님'
누가누가 더 독하게 분장하는지, 개그우먼들의 불꽃 튀는 경쟁이 안방을 유쾌하게 물들였다. 강유미, 안영미, 정경미, 김경아로 구성된 '분장실의 강선생님' 팀은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선후배 사이의 위계질서를 코믹하게 그리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것들아~"를 남발하는 간신 안영미와 우아한 듯 굴욕적인 강유미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배꼽을 접수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분장 스케일은 수많은 패러디 '짤방'을 남기며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인형까지 스타만들기…'정여사'
진상 고객 정여사 모녀의 콤비 플레이는 환상적이었다. '정여사' 속 정태호-김대성이 주인공. 이들은 여장을 한 채 진상을 부리는 고객으로 분해 시청자들의 재미를 책임졌다. 무엇보다 이 코너에 등장하는 개 인형 브라우니는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출연자로서 당당히 이름까지 소개됐고 '개콘'에 출연하는 스타들 사이 인증샷의 주인공으로 빠지지 않았다.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상품으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개콘'의 위력이 이 정도였다.
◆4인4색 유행어 탄생…'네가지'
허경환, 김준현, 김기열, 양상국의 저마다 다른 외침은 4인 4색 웃음을 유발했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네 가지 이유를 가진 네 남자의 울분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마음만은 홀~쭉한" 김준현과 "아니아니 아니되오" 허경환은 덕분에 인기 개그맨 자리에 굳건히 올랐다. 양상국의 사투리 개그와 김기열의 소심한 남자 콘셉트도 통했다. 이들 넷은 오래도록 '개콘'의 엔딩을 담당하며 그해 유행어를 휩쓸었다. /comet568@osen.co.kr
[사진] '개콘', '러브레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