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강사, 스포테이너, 방송인, 탤런트. 양정원(26)을 어떤 범주 안에 넣을 수 있을까. 그녀를 설명하는 직업이 많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 하나의 수식어로 설명할 수 없는 교집합 속 양정원을 만났다.
양정원은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선보인 필라테스 콘텐츠로 핫한 대세로 떠올랐다. ‘킹’ 칭호를 듣고 있던 방송인 이경규를 제치고 2연속 시청률 1위에 올랐다는 건 그녀의 콘텐츠에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가 충분했다는 걸 의미한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에 대한 선망은 여전히 방송가에 핫한 키워드다.
“필라테스를 선택한 이유는 제 직업이기 때문이죠. 다른 운동도 좋아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마리텔’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분들이 많이 나오셨는데, 제가 만약 방송활동만 하는 사람이었다면 못나갔을 것 같아요.”
처음 시작은 필라테스에 대한 관심 유도였다고 했다. 시청률에 대한 기대치가 있던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인기를 얻고 싶었던 게 목표는 아니었다는 설명. 전, 후반전과 쉬는 시간을 더하면 약 3시간 반 정도의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그녀는 무려 6시간 분량을 짜갔다.
“동작하면서 댓글 읽으려니까 이마에 주름이 지기도 하고 예쁘지 않은 앵글도 잡혔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어떤 동작을 했을 때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있었어요. 녹화 후에 보는 피드백들은 어떤 포인트가 불편하셨는지, 혹은 좋으셨는지 세세하게 알지는 못하니까요. 실시간으로 댓글을 읽는 건 저 스스로 발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언니를 보면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는 댓글은 양정원이 꼽은 가장 바라던 반응. 쉽게 필라테스에 도전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생활 일부분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할 것 같다는 ‘필라테스 전도사’다. 반면 노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며 불편함을 토로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분명 그것이 다가 아닌데, 마치 전부인 것처럼 날선 반응을 보이는 이들에 대한 억울함은 없었을까.
“억울함은 없어요.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생각했지만, 그런 반응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분들도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말씀해 주신 거잖아요. 사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생각이에요.(웃음) 좋은 의미로 지적해 주신 분들도 있을 거고, 제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받아들여야죠.”
신의 한 수도 있었다. 바로 프로그램 조연출을 맡고 있는 권해봄 PD, 즉 ‘모르모트 PD’와의 상황극. 양정원은 극중 누나, 모르모트 PD는 동생을 맡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필라테스 동작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두 사람은 어색한 듯한 남매 케미스트리(조합)는 콘텐츠를 살리는 웃음 포인트로 작용했다.
“어색했죠. 친한 사이도 아닌데 첫 만남부터 반말을 해야 했으니까요. 원래 ‘마리텔’은 대본이 없으니까, 구성에만 ‘모르모트 PD가 옵니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인사하고 들어갔는데 제가 누나가, 그분이 동생이 돼 있던 거예요. 오히려 시청자분들은 저희가 손발이 잘 안 맞는 모습에 재미를 느끼신 것 같아요. 만약 미리 짰거나 너무 죽이 잘 맞았으면 재미없었을 거예요. 특히 커플 필라테스 동작은 아무래도 연습을 안 했으니까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서로를 100% 못 믿는 상황을 보면서 시청자분들이 즐거워하신 것 같아요.”
2회차 녹화 당시 화면이 보이지 않는 방송사고가 일어났던 바. 양정원은 그 덕분에 자신의 콘텐츠를 보러 온 시청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방송사고 때문에 시청자분들은 저를 못 보셨겠지만 댓글은 볼 수 있었어요. 제가 안 나오는데도 기다려주시더라고요. 표현하지 못했지만 정말 감동 받았어요. 댓글에 퇴장도 몇 명 안 하시니까 서로 ‘왜 안 나가냐’고 말씀하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진짜 제가 이걸 열심히 안 할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죠. 소중한 시간 내주시면서 생방송만 3시간 반을 보시는 거잖아요. 심지어 아무 것도 안 나오는 적막함 속에서 기다리시는 분들을 생각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KBS 2TV ‘출발드림팀’, ‘비타민’ 그리고 ‘마리텔’에서는 필라테스 콘텐츠로 주로 건강과 관련한 프로그램에 출연해왔던 바. 많은 재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그의 행보가 궁금했다.
“뷰티에도 관심이 많아요. 몸 건강과 뷰티는 융합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뚱뚱했을 때가 있었고 몸이 아파서 관절을 제대로 못썼을 때가 있었죠. 그랬던 제가 이렇게 하니까 이만큼 감량하고 건강해졌다고 하면 보시는 분들도 훨씬 와 닿으실 거예요. 제가 가진 여러 가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해드리고 싶어요. 지방 특강을 다니고 있어요. 왔다갔다하는 게 힘들지만, 오프라인을 통해 더 많은 분들과 만나고 싶은 생각이랍니다. 뭐든지 열심히 해서 건강한 멘토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 besodam@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