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랑 안 놀아 줄까봐 걱정되고 속상해."
애꿎은 아이들이 어른들 감정 싸움에 희생양이 됐다. 어른들의 독한 말이 여린 마음에 할퀴고 간 상처가 행여 흉터로 남을까 어머니 안미정(소유진 분)과 아버지 이상태(안재욱 분)는 가슴으로 울었다.
22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에서는 이상태 아이들의 집에 놀러온 안미정의 딸을 도둑질 했다고 의심하는 박옥순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박옥순은 손녀 이빈(권수정 분)이 아끼던 스노우볼이 사라지자 아무 증거없이 윤우리(곽지혜 분)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윤우리가 안미정의 친딸인걸 알아챘기 때문. 박옥순은 윤우리를 몰아세우며 호되게 다그쳤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윤우리 뿐만 아니라 이빈 또한 당황했고 아이들은 겁에 질렸다. 죽은 딸을 사랑했던 사위가 다른 여자와 연애한다는 것에 대한 괜한 화풀이였다.
이상태는 낯뜨거운 상황에 상처받았을 윤우리에게 대신 사과하며 어쩔줄 몰라했다. 아이에게도, 안미정에게도 미안해 어쩔줄 몰랐다. 안미정 또한 억울하게 당하고 온 딸의 이야기를 뒤늦게 전해 들은 후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상태에게 "다시는 그 집에 보내지 않겠다"라고 말했고 이상태는 연신 "미안하다"고 말할 뿐이었다.
하지만 좁고 여린 어른들의 마음에 비해 아이들의 마음은 넓고 강했다. 우리는 자신에게 사과하는 이상태를 향해 "사과하지 마세요.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사과는 정말 잘못한 사람이 하는거라고 했어요"라며 되려 그를 위로했다.
자신을 걱정하는 엄마 안미정에게도 "엄마, 나는 괜찮아. 할머니가 혼낼 때 눈물이 날거 같았는데 잘 참았어. 그리고 빈이도 나한테 사과하면 용서해 줄거야. 엄마가 그랬잖아. 용서를 받아주는 사람이 멋진거라고"라며 의젓한 면모를 보였다.
빈이 또한 마찬가지. 등교한 짝꿍 우리를 향해 수줍게 사과를 내밀며 "내가 미안해. 그땐 너무 당황해서 아무말 하지 못했어. 하지만 나는 네가 (스노우볼을) 가져갔다고 생각하지 않아"라고 먼저 사과했다. 우리 또한 활짝 웃으며 사과를 받아줬고 두 아이는 언제나처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사위에게 섭섭한 마음을 어쩔줄 모르는 장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 하지만 딸을 먼저 보낸 엄마가, 손녀를 키우는 할머니가 손녀의 친구에게 보일 행동은 아니었다. 아이보다 못한 수준 이하의 행동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sjy0401@osen.co.kr
[사진] KBS 2TV '아이가 다섯'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