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직업을 가왕으로 바꾸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의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9연속 가왕의 자리에 올랐다. 가왕이란 타이틀을 얻은 지 벌써 4개월. 계절이 벌써 두 번이나 바뀌어간다.
전설의 시작은 지난 1월 31일이었다. 당시에도 여전사 캣츠걸(차지연)이 5연승을 차지하며 장기집권하고 있던 차. 혜성처럼 등장한 음악대장은 고(故) 신해철의 노래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를 부르며 세대교체를 알렸다.
2016년 새해가 밝은지 얼마 되지 않았던 추운 겨울 우리를 찾아왔던 음악대장은 벚꽃도 다 엔딩을 알리는 봄을 지나 여름의 시작까지 왔다. 이에 음악대장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가수는 대한민국에 김경호, 이선희 등밖에 없다는 가상 캐스팅 리스트까지 온라인상에 등장했던 바. 실제로 김경호가 램프의 요정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하면서 누구도 앞을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음악대장은 지난 21일 방송된 ‘복면가왕’에서 김경호를 꺾고 30대 가왕의 자리에 올랐다. 이로써 9연속 가왕의 자리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미 6연승을 달성하던 날 캣츠걸의 5연승 기록을 꺾었고, 그가 가는 길은 곧 ‘복면가왕’의 새 역사가 됐다.
특히나 이날 방송에서 음악대장은 지금까지 선보였던 강렬한 록 장르가 아닌 ‘백만 송이 장미’를 선곡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편곡에 반전이 있던 것도 아니다. 감성이 넘치는 무대로 끝까지 섬세하게 노래했다. 이에 지금까지는 상남자였다면 이번 무대는 소년의 감성을 노래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래서 혹자는 음악대장이 혹 내려놓은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음악대장은 여전히 가왕 자리에 대한 애정과 계속해서 하고 싶은 소망을 드러냈다. 시청자들이 만들어주는 가왕의 자리인 만큼 그 자리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 이런 모습이 또 시청자들이 음악대장을 응원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넘을 수 없는’ 클래스의 김경호가 등판했음에도 막을 수 없었던 음악대장의 독주. 그 누가 등장해도 나아갈 것 같은 폭주기관차 같은 모습이다. 이에 음악대장이 또 어떤 새로운 음악으로 우리를 즐겁게 하며 어디까지 나아갈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복면가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