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한 번 실패한 사람으로 또다시 결혼할 마음은 없습니다. '좋은 사람이다' 생각해서 만나는 것뿐입니다. 결혼은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갑작스럽고 어려운 자리였지만, 진실한 마음을 담아 대답하려 노력했다. 사랑하는 남자의 어머니였기에 굳이 자신의 아픈 곳까지 들춰내며 말이다. 하지만 그런 안미정에게 돌아온 것은 오미숙(박혜숙 분)의 분노 가득한 눈빛과 "그럴 거면 우리 아들을 왜 만나요?"라는 다그침 뿐이었다.
남녀가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 호감은 사랑으로 발전한다. 사랑은 남녀를 가족이란 이름으로 거듭나게 한다. 결혼을 통해. 통상 사람들은 이것을 '결혼'이라 일컫는다. 그렇다. 말 그대로 '통상' 사랑은 그런 식으로 결말을 맺는다.
'아이가 다섯'에서도 안방 시청자들은 주인공 이상태(안재욱 분)와 안미정(소유진 분)의 재혼을 응원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연애만 하길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사랑하면 되는 일. 온 가족의 눈치만 보다가 상황에 떠밀려 결혼한다면 절대 행복하지 않은 결말을 맞이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22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에서는 아들 이상태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오미숙의 이야기가 방송 말미 전파를 탔다.
이상태의 연인이 함께 일하는 여직원이란 사실을 알고 있던 오미숙은 그 상대가 안미정이란 사실 또한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최근 오미숙은 힘든 일을 겪고 있었다. 아들 이호태(심형탁 분)가 식당 직원 모순영(심이영 분)과 비밀 연애를 하던 중 아이가 생겨 울며 겨자 먹기로 모순영을 며느리로 맞이해야 했던 것. 이 때문에 잔뜩 화가 났던 마음을 어찌할 바 모르던 그는 젊은 나이에 사별하고 홀아비가 된 장남에게 새로운 사랑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는 뛸 듯이 기뻤다.
더군다나 오미숙은 안미정을 미혼 여성으로 오해하고 더욱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기대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한약을 지으러 갔던 오미숙과 안미정이 마주치게 된 것.
반가운 마음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한 오미숙은 안미정을 마주한 채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그런 오미숙의 태도에 이상한 낌새를 짐작한 안미정은 난처한 표정으로 "어머니, 저는 한 번 결혼했던 사람입니다"라며 죄인처럼 고개를 숙여야 했다.
내심 당황한 오미숙. 애써 태연한 표정을 보이며 "오히려 잘 됐다. 서로 상처가 있으면 결혼해서 더 편할 수도 있다"고 바삐 말했다. 하지만 오미숙도 넘어갈 수 없는 안미정의 한 마디가 오미숙의 일그러진 미소를 분노로 변화하게 했다. 바로 "저는 아이가 셋 있다"와 "결혼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말.
안미정의 그 한마디에 오미숙은 "그럼 도대체 둘은 왜 만났냐"며 소리를 높였다. 아들을 가진 어머니였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분노였다. 하지만 "그럴 거면 왜 만났냐"는 말은 "왜 사랑했냐"는 말과 같은 아이러니와 같았다./sjy0401@osen.co.kr
[사진] KBS 2TV '아이가 다섯'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