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대가’ 이병훈 PD의 복귀작으로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 ‘옥중화’가 회를 거듭할수록 극의 밀도가 떨어져 기대 이상의 재미를 주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사극 최초로 조선시대의 감옥을 배경으로 했고 옥녀의 출생의 비밀,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며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50부작이라는 긴 회차가 주는 압박감 때문인지 지지부진한 전개로 오히려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지난 22일 방송된 ‘옥중화’ 8회에서 박태수(전광렬 분)를 살해한 윤원형(정준호 분)이 자신의 죄를 알게 된 옥녀(진세연 분)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없애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지난 7회의 내용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아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매회 등장하던 음모나 비밀이 대체로 다음회 안에 마무리 되고 새로운 음모가 계속 발생하며 빠르게 진전돼야 하는데 긴장과 이완의 과정이 빈번하지 않았던 것이다. 권선징악의 구조로 판에 박힌 듯이 흘러가는 드라마가 흥미반감 요인일 터. 어린 관객층이 보기에도 템포가 처지고, 어른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맥이 빠진다는 반응이다.
내용을 예상해보자면 착한 옥녀가 악한 윤원형에게 당하지만 결국 위기를 극복한다는 영웅적 서사구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남다른 비범함을 가진 옥녀가 감옥에 갇히며 위기에 빠지지만 조력자 윤태원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것으로 보인다. 서자출신 태원이 아버지 원형을 복수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옥녀의 편에 설 것이 분명해서다.
물론 이병훈 감독은 그동안 ‘허준’ ‘이산’ ‘동이’ 등을 통해 신선한 역사드라마를 만들면서 사극이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러나 ‘옥녀’에선 그 힘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과연 종영하는 50부작까지 시청자들이 초반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옥중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