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무관에 그쳤다. 하지만 한국 영화의 4년 공백을 깬 데는 의의가 있었다.
22일 오후 7시 15분(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69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가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작품 '아가씨'는 무관에 그쳤다.
'아가씨'는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의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와 사기꾼 백작의 추천으로 그의 집에 하녀로 들어간 숙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해 박찬욱 감독 특유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가미됐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아가씨'의 소득이 없는 아니다. 일단 경쟁 부문에서 한국 영화 4년의 공백을 깬 데 의의가 있다. 또 박찬욱 감독 개인으로는 '박쥐' 이후의 작품으로 7년 만에 다시 한 번 칸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으며 '깐느박'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한국 영화는 '아가씨'를 통해 4년 만에 칸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앞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가 2012년 제65회 경쟁 부문에 진출한 후 처음이다.
'아가씨'는 칸 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전 세계 175개 국가에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앞서 120개 국가 선판매를 완료한 후 영화제 기간 55개국을 추가하면서 명작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해외 바이어 및 유수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은 이 작품에 대해 호평하며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줬다.
다만, 박찬욱 감독만은 '아가씨'의 경쟁 부문 진출 및 수상 가능성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상업적"이라며 비관한 바 있다. 그의 예상은 수상 결과를 통해 적중했다.
이로써 경쟁 부문의 수상작은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이창동 감독의 '시'가 2010년 제63회 경쟁 부문에 진출해 각본상을 수상한 후 6년간 수상작을 배출하지 못했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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