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은 불발에 그쳤지만, 제69회 칸 영화제는 '포스트 깐느박'을 발견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칸 영화제에 각각 세 번째, 두 번째 초대된 '곡성'의 나홍진 감독과 '부산행' 연상호 감독은이번 영화제 참석을 통해 세계적 거장으로 성장할 발판을 얻었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과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지난 11일부터 제69회 칸 영화제에서 각각 미드나잇 스크리닝, 비경쟁 부문에 초대돼 공식 상영회를 가졌다. 두 영화 모두 외신 및 현지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부산행'은 지난 13일(현지시각) 오후 상영회를 열었다. 부산으로 가는 KTX 안, 치명적인 좀비 바이러스로 죽음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5분간의 열정적인 기립박수를 받은 후에는 "그간 본 적 없었던 독특한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의 탄생"(트위치필름)이라거나 "'설국열차'와 '월드워 Z'가 만난 한국형 블록버스터이자 오락과 사회성까지 모두 완벽하게 담아냈다"(스크린데일리) 등의 평을 받았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은 '곡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낯선 외지인이 마을에 오고부터 벌어지는 이상한 일에 대해 그린 '곡성'은 지난 18일 오후 공식 상영회를 열었는데, 프랑스 평론가들로부터 최고의 평점을 얻었다. 예컨대 프랑스 최대 일간지인 리베라숑(LIBERATION)은 "나홍진 감독의 광기 어린 재능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미학적 미니멀리즘만 추구하는 감독으로, 타란티노 감독을 가벼운 퍼즐 제작자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디디에 페롱)라거나 "도대체 '곡성'이 왜 경쟁부문에 안 올라갔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악마에 홀린 듯 대단한 걸작"(제롬 베르믈렝)라고 평했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작품은 비록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한 편 뿐이었지만, 두 감독의 작품은 상업성과 작품성에서 모두 호평을 받았다. 특히 칸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는 '부산행'과 '곡성'에 대해 호평하며 "다음엔 경쟁 부문"이라고 기약하며 기대감을 줬다.
최근 충무로에서는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등의 뒤를 이을 차세대 감독들로 나홍진 감독을 꼽고 있다. 거기에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연상호 감독이 올해 실사 영화를 통해 데뷔, 좋은 평가를 받으며 양대산맥을 형성할 모양새다. 이 두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뒤를 이어 칸 영화제 '총아'들로 거듭날 수 있을까?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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