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토니 어드만, 마렌 아데 감독)는 어디가고 '다니엘'(아이, 다니엘 블레이크, 켄 로치 감독)이 남았나? 제69회 칸 영화제가 다시 한 번 언론의 예상을 빗나가는 결과를 만들었다. 일부러 피해간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매번 예상을 벗어나는 칸 영화제의 법칙을 간단히 정리해봤다.
1. 별점이 높으면 수상은 물 건너간다
칸 영화제 수상이 매번 예상을 깬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올해 칸 영화제는 총 스물 한 편의 경쟁 부문 작품을 소개했다. 그 중에서도 언론의 가장 좋은 평을 받은 작품은 '토니 어드만'(마렌 아데 감독)이었다. '토니 어드만'은 스크린 데일리 인터네셔널의 평점 3.7점을 받았고 프랑스 영화 전문지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도 15명의 심사위원 중 여섯 명으로부터 만점을 받았다.
그러나 칸 영화제 수상에 평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외신 및 평단의 호평이 봇물을 이뤘던 '토니 어드만'은 무관에 그쳤다. '토니 어드만'처럼 외신의 호평을 받았던 짐 자무쉬의 '패터슨' 역시 수상을 놓쳤다. 오히려 평이한 점수를 받았던 켄 로치의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2. 칸이 좋아하는 감독은 따로 있다
칸 영화제의 사랑을 받는 '칸의 총아'는 있다. 특히 칸 영화제는 영화제를 통해 발굴된 감독들의 차기작을 중심으로 수상 후보를 뽑는 경향이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언론 및 평단의 평가와 상관없이 칸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감독도 있다. '칸의 총아'라 불리는 자비에 돌란이 그 예. 자비에 돌란은 이번 영화제를 합쳐 무려 다섯 번이나 칸 영화제의 초대를 받았다. 그의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은 이번 영화제 내내 혹평에 시달렸다. 평점 역시 1.4점으로 최하위권이었다. 그러나 칸은 역시 '총아'의 손을 들어줬다. 심사위원대상을 준 것. 사실 이 같은 결과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없는 것이었고,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수상소감을 밝히는 자비에 돌란의 주변에서는 야유도 흘러나와 민망한 장면이 연출됐다.
3. 심사위원장이 누군지가 중요하다
칸영화제는 심사위원들의 귄위가 강한 영화제로도 알려져있다. 외부의 평가가 어떠하든 일단 선정된 심사위원들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것. 때문에 매 해 수상 결과는 그 해 심사위원들의 취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예로는 2004년 '올드보이'의 심사위원대상 수상을 들 수 있다. 당시 심사위원장은 쿠엔틴 타란티노로, 초반부터 '올드보이'에 깊을 관심을 드러냈다고 알려졌다. 당시에도 '올드보이'는 데일리지 평점에서는 평이한 점수를 받았는데 그와 상관없이 마지막 수상작 결정에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입김이 셌고, 결국 심사위원 대상까지 갔다는 후문이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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