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인생작’, ‘인생캐릭터’ 등 신조어가 있다. 인생에 있어 가장 손에 꼽는 단 하나의 작품이나 캐릭터라는 뜻이다. 이를 응용해 인생에 있어 가장 좋았던 단 한 편의 로맨틱 코미디, 즉 ‘인생 로코’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지질한 순간까지 담아낸 현실적인 연애담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상상 속에서만 꿈꾸던 판타지 같은 연애담이 될 수도 있다. 기준은 다르지만, 지금까지 로코계의 수작으로 불리는 드라마 다섯 편에 최근 방영 중인 tvN ‘또 오해영’까지 여섯 편을 기자의 주관적인 시각으로 뽑아봤다.
#1. ‘내 이름은 김삼순’(2005)
로맨틱 코미디를 논하면서 이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미모도 몸매도 좋지 않은 파티쉐 김삼순(김선아 분)이 돈 많고 능력 있는 레스토랑 사장 현진헌(현빈 분)과 계약연애를 시작하면서 벌어진 연애 스토리. 형과 형수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과 사랑했던 여자 유희진(정려원 분)이 자신을 버렸다는 상처를 가진 진헌이 삼순을 통해 치유해나간다. 또한 내세울 것 없었고 애인에게도 배신당한 삼순에게 백마 탄 왕자처럼 나타난 진헌과의 경쾌하고 달달한 이야기가 여심을 사로잡았다.
#2. ‘연애시대’(2006)
그렇다면 ‘연애시대’는 이보다 현실적인 감정을 담았다. 이혼한 부부 유은호(손예진 분)와 이동진(감우성 분)이 이혼한 뒤에 사랑을 깨닫는 이야기를 담았다. 두 사람을 연결한 빨간 실이 이 드라마를 상징한다. 가장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던 것은 은호와 동진의 내레이션. 이처럼 ‘연애시대’는 공감대를 형성한 대사들과 그룹 스윗소로우가 부른 OST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3. ‘커피프린스 1호점’(2007)
이 작품은 주연배우 공유와 윤은혜의 ‘인생작’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선균, 최정안, 김동욱, 김재욱 등 출연한 배우들의 매력이 하나하나 살아난 캐릭터가 돋보였고, 커플마다의 케미스트리(조합)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의 합이 좋았던 작품. 생활고 때문에 남자 행세를 하며 돈을 벌던 고은찬(윤은혜 분)이 커피숍 사장 최한결(공유 분)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통해 남장여자를 소재로 한 붐이 불기도 했다.
#4. ‘시크릿 가든’(2011)
스타작가 김은숙의 작품 중 하나. 무술감독을 꿈꾸는 평범한 여주 길라임(하지원 분)이 재벌2세 김주원(현빈 분)과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높은 시청률만큼이나 화제성도 뛰어났다. “길라임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등 김주원의 대사는 여심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주원앓이’ 돌풍을 일으켰다. 라임과 주원의 거품 키스는 역대 최고의 드라마 키스신 중 하나로 꼽힌다.
#5. ‘로맨스가 필요해 2012’(2012)
tvN표 로맨틱 코미디의 조상격이다. 시즌1부터 시즌3까지 이어진 ‘로맨스가 필요해’ 중에서도 시즌2를 역대 인생 로코 후보로 꼽아봤다. 이유는 이 드라마를 통해 로코퀸 정유미와 로코킹 이진욱이 탄생했기 때문. 주열매(정유미 분)와 윤석현(이진욱 분) 커플은 현실적인 연애담을 통해 젊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애가 늘 달달할 수만은 없는 법. 로맨틱하다가도 쓰디 쓴 연애의 단면까지 다루면서 사랑을 꿈꾸는 자, 사랑을 하고 있는 자들을 위한 필람 드라마로 꼽히고 있다.
#6. ‘또 오해영’(2016)
역대 로코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핫한 드라마가 등장했다. 이름이 같아서 발생한 오해로 운명처럼 얽힌 이야기를 그린다. 박도경(에릭 분)은 과거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오해영(전혜빈 분)에게 복수하려다가 평범한 오해영(서현진 분)의 인생을 바꿔버린 것. 그러나 도경과 평범한 해영은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 이 드라마를 통해 서현진은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를 잇는 로코퀸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에릭은 ‘불새’, ‘연애의 발견’ 등에 이어 또 한 번 여심을 흔들면서 로코킹으로 우뚝 올라섰다. / besodam@osen.co.kr
[사진] 각 드라마 포스터,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