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불패 신화가 위협을 받고 있다. 야심차게 마련한 50부작 사극 ‘옥중화’의 시청률이 기대보다 신통치 않고 선전을 예상하지 못했던 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가 두자릿수 시청률을 넘기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역시 드라마의 성공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사극 명인 이병훈 감독의 ‘옥중화’가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드라마 초반 흥미로운 사극이라는 기대와 달리 극이 진행될수록 지루한 이야기, 산만한 전개로 아쉬움을 사고 있다. 이 드라마는 ‘허준’, ‘상도’ 신화를 이룩한 이병훈 PD와 최완규 작가의 신작. 재밌는 사극을 '만들어냈던' 두 사람이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무엇보다도 이병훈 PD가 즐겨하는 뚜렷한 선악구도 속 주인공의 복수와 성공이라는 단순하지만 안방극장에 줄곧 통했던 이야기는 초반부터 안정적인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분명히 4회까지는 좋은 분위기였다. 전옥서를 배경으로 옥녀(진세연, 아역 정다빈 분)의 파란만장한 삶은 흥미를 자극했다. 물론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고루하진 않았다.
‘콘크리트 시청률’로 불리는 MBC 주말 오후 10시대에 편성돼 첫 방송부터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다. 17.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2회에서 20%를 기록하며 이병훈 PD 사극 불패 신화를 이어가나 싶었다. 허나 진세연, 고수 등 성인 연기자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50부작의 긴 흐름 탓에 예상됐던 지지부진한 전개, 그동안의 이병훈 PD 사극이 남녀 주인공 중 한명에게 이야기가 집중됐던 것과 달리 옥녀와 윤태원(고수 분)의 악연과 인연을 함께 다루다보니 산만하고 억지스러운 흐름은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공교롭게도 성인 연기자들이 모두 등장하면서부터, 두 사람이 윤원형(정준호 분)이 만들어가는 갈등에 휘말리며 고난을 겪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4회부터 흥미가 반감된 것은 아쉬운 대목. 여기에 일부 주축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는 드라마의 흡인력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이야기가 실망스럽다는 반응과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성토까지 이어지며 ‘옥중화’는 8회가 방송된 현재 시청자들의 이탈이 꽤나 크다. 시청률이 17.7%(8회)까지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관련 기사 댓글에 드라마가 재미 없다는 악평이 가득해 배우와 제작진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옥중화’가 초반과 달리 삐걱거리고 있는 가운데, 경쟁 드라마인 ‘미녀 공심이’는 예상 밖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SBS 주말 오후 10시대 드라마는 벌써 4년째 MBC 주말드라마에게 밀리고 있다. 자극적인 막장을 내세워 주부 시청자를 꽉 잡은 MBC 주말드라마 시간대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막장 드라마가 아닌 로맨스 드라마 ‘결혼계약’도 시청률 20%를 넘기며 동시간대 SBS 드라마를 기죽였고 후속작이 시청률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사극인 ‘옥중화’가 편성돼 MBC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던 바. 그런데 ‘미녀 공심이’가 심상치 않게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
시청률 두자릿수를 넘기며 현재 10.4%(4회)를 기록 중. 남궁민과 민아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는데 설레고 재밌다는 호평에 힘입어 입소문을 타고 있다. 기대를 안 했는데 흥미진진하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고, 무엇보다도 드라마 인기 척도에 가장 민감한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과 함께 재밌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점이 ‘미녀 공심이’가 MBC 주말드라마라는 거대한 벽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드라마 모두 아직 초반이고, 시청률 격차도 큰 편이라 당분간은 시청률 1, 2위의 순위가 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모두가 잘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옥중화’가 흔들리고 있고, 모두가 잘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던 ‘미녀 공심이’가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것은 분명한 상황이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