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지나간 추억을 되새기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준 ‘슈가맨’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프로그램 사상 최다 히트곡 보유자 박혜경과 최초의 여성 로커 도원경이다. ‘최다’와 ‘최초’가 선사한 이별곡 같지 않은 이별곡들은 화요일 밤을 감성으로 촉촉하게 적시기 충분했다.
박혜경과 도원경은 지난 24일 방송된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에서 각각 ‘내게 다시’와 ‘다시 사랑한다면’을 슈가송으로 선보였다.
이들은 활동 당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가요계를 ‘씹어 먹었던’ 인물들. 먼저 데뷔 때부터 ‘한국의 크랜베리스’로 칭송받던 박혜경은 그가 부른 다수의 노래가 광고 음악에 쓰일 정도로 기분 좋은 음악을 했다.
그룹 더더와 솔로 활동을 했던 그는 “하루에도 트럭으로 앨범이 몇 만 장씩 나갔다”며 “CF 음악은 약 38곡 정도를 했는데, 한 앨범에 광고 음악만 6곡이었던 때도 있었다”고 전성기를 회상했다. 과연 ‘최다’ 히트곡 보유자다웠다. 그러나 방송 활동을 한 후로 판매고가 급감했다는 ‘웃픈’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유희열 역시 방송에 나갈 때마다 앞 순서가 장동건, 이병헌이었다고 거들어 웃음을 자아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활발하게 활동하던 박혜경은 극심한 성대결절로 인해 한때 가수를 포기했었다고. 현재는 중국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 중이지만, 이날 ‘슈가맨’을 통해 관객들의 여전한 환대를 받고 감격의 눈물을 쏟기도 했다.
강수지와 하수빈이 사랑받던 1990년대 가요계에서 강렬한 록발라드로 시선을 모았던 도원경은 현란한 마이크 사용법으로 등장부터 스튜디오를 콘서트장으로 만들었다. “다른 가수들이 리본을 달 때 저는 체인을 달았다”던 최초의 여성 로커는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의외로 회사의 적극 권유 때문에 로커 이미지로 활동했다는 도원경은 ‘걸크러쉬’의 원조격이기도 하다. 팬클럽 회원 가운데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당대를 호령하던 미남 가수 김원준과 이현우의 팬클럽과는 교류까지 했다고 증언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가치관의 변화 문제로 가요계를 떠났다는 그는 뮤지컬을 통해 연기의 매력을 느꼈다며 “자주 찾아 뵙겠다”는 말을 남겼다.
‘최다’와 ‘최고’의 짜릿한 만남은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게 하는 촉매제로도 작용했다. 박혜경과 도원경은 입을 모아 “‘슈가맨’ 출연을 고민했다”고 말했지만,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두 사람은 누구보다 더 큰 희열을 느낀 것처럼 보였다. 더 이상 무대에 서지 않으리라던 이들의 결정을 아쉬워하던 팬들에게, 이날 ‘슈가맨’은 더 없는 선물이 됐을 듯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