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극본 박해영, 연출 송현욱)이 "딱 내 얘기"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순항 중이다. 일명 '흙해영'이라 불리고 있는 '그냥' 오해영 역을 맡은 서현진은 군더더기없이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호평을 얻고 있고, 박도경 역의 에릭은 까칠하지만, 은근 슬쩍 해영을 챙겨주며 반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있던거야"라는 식의 툭툭 내뱉는, 짧지만 강렬한 대사들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다소 미스터리한 부분도 있지만, '또 오해영'의 진짜 매력은 해영이 보여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들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오해영(전혜빈 분) 때문에 늘 비교당하며 살아야 했던 해영이지만, 그래도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았고, 또 그러다 보니 자신을 무시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날릴 '깡'도 있었다. 좋아하는 남자가 보낸 문자 하나에 기분이 풀리기도 하고, 대놓고 질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해영의 꾸밈없이 솔직당당한 대사들은 위로가 되어준다.
▶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 되길 바래요.
3회에서 해영은 도경에게 학창시절 반장선거 당시 같은 반 남학생의 장난으로 예쁜 오해영과 같이 반장 후보에 올랐었다는 얘기를 했다. 예쁜 오해영이 몰표를 받은 가운데 마지막 남은 한 장에는 해영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는 해영이 한 표도 받지 못할 것을 걱정한 해영의 한 표였다. 해영은 "만약에 내가 완전히 사라지고 걔가 된다면, 그런 기회가 온다면 난 걔가 되기를 선택할까? 안하겠더라"며 "난 내가 여기서 좀만 더 괜찮아지길 바랐던 거지, 걔가 되길 원한 건 아니었다.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 되길 바란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 지들은 얼마나 잘났다고?
7회에서 해영은 길거리에서 자신을 마음에 들어한다는 남자(연우진 분)를 만나 식사를 하게 됐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던 중 그가 진상(김지석 분)의 부탁을 받고 자신에게 접근했음을 알게 됐고, 그 길로 진상을 찾아갔다. 해영은 도경을 포기하라고 하는 진상에게 "내가 그렇게 잘나지는 않았지만 진짜 이렇게까지 허름한 여자 취급 받아본 적도 없거든?"이라고 쏘아댔다. 이어 해영은 "박도경이 재벌가 아들도 아니고 왕족도 아니고 내가 천민도 아니고. 유치하게 왜들 이러지? 지들은 얼마나 잘났다고?"라고 일침했다.
▶ 언젠가 나 때문에 울거야. 울길바래.
7회에서 해영은 도경에게 전화를 걸어 예쁜 오해영과 다시 만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해영은 "싫어. 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여자와 그 쪽 만나는 거. 그 쪽도 저주할 것 같아. 둘이 사귀었던 것도 화나. 그러니까 만나지마"라고 자신의 속내를 완전히 드러냈다. 또 해영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 도경에게 "언젠가 나 때문에 울거야. 울길 바래"라고 말하곤 돌아섰다. 그리고 집에서 "나는 쪽팔리지 않습니다. 사랑은 쪽팔리지 않습니다. 더 사랑하는게 쪽팔린건 아닙니다"라고 주문을 걸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parkjy@osen.co.kr
[사진] '또 오해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