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만큼 안방극장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장르가 있을까. 더 이상 새로울 이야기도 없을 남녀 주인공의 웃기고 울리는 사랑 이야기. 여자 주인공의 짠한 모습이 시청자들의 응원을 야기하는 이야기. 그 어떤 장르보다 망할 확률이 낮다는 드라마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가 또 한 번 터졌다. 현재 방송 중인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이 주인공이다.
‘또 오해영’의 여주인공인 오해영(서현진 분)은 로맨틱 코미디의 흥행 요소를 모두 가진 그야말로 시청자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다. 이땅의 모든 해영이를 위한 위로 드라마인 ‘또 오해영’의 인기와 맞물려 로맨틱 코미디 역대급 여주인공을 모아봤다.
# 영원히 애잔한 그 이름 삼순이
벌써 10년이 다 된 드라마인데 여전히 로맨틱 코미디 애청자들에게 거론되는 명작이다. 한때 케이블 채널에서 여름마다 주구장창 재방송됐던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은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던 김선아의 체중 증량으로 현실성을 높였다. 뚱뚱하고 촌스러운 이름으로 놀림을 받는 김삼순(김선아 분)과 첫 사랑의 아픔이 있는 현진헌(현빈 분)의 사랑을 담았다. 남자 잘만나서 팔자 고치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주를 이루던 때, 자신의 인생을 위해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하며 삶을 개척하는 삼순이는 여자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가슴에 인이 콕콕 박히는 감성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사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논할 때 ‘내 이름은 김삼순’을 빼놓지 않게 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 왕자님의 사다리 걷어찬 우리 은찬이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은 공유(최한결 역)와 윤은혜(고은찬 역)를 배우로서 새 인생을 살게 한 작품. 아름다운 선율 속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잔뜩 설레게 했다. 남장 여자 은찬과 그를 사랑하게 된 한결의 마냥 가볍지 않은 사랑에 대한 접근과 싱그러운 청춘이 매력적인 드라마였다. 은찬이는 남장 여자라는 설정답게 털털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이 있었다. 예쁘지 않은 옷을 입고도, 선해서 예쁜 매력을 발산한 은찬이와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 한결이의 사랑은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한 후 한결이를 떠나 유학을 택하며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꾸려가는 은찬이의 모습은 백마 탄 왕자의 품에 안기는 로맨틱 코미디 여자 주인공에 지친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했다.
# 꼬라지하고는, 이런 여자주인공 없었다
한예슬은 2006년 방송됐던 MBC ‘환상의 커플’에서 오만방자한 재벌 안나 조를 연기했다. 기억상실로 세상에 내던져진 후 나상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거침 없이 망가졌다. 도도했던 재벌녀에서 자장면을 얼굴에 한껏 묻혀가며 먹는 사랑스러운 여자 나상실로 극중에서 변신을 하며 천의 얼굴을 드러냈다. 당시 한예슬의 “꼬라지하고는”이라는 뻔뻔하고 못된 성격을 드러내는 대사는 유행어가 됐다. 촌스러운 의상과 예쁜 얼굴을 망가뜨리는 덜떨어지는 표정을 연기한 한예슬은 이 드라마로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새침한 매력의 대명사였던 한예슬이 털털하고 수더분한 가운데 유치한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반전의 쾌감을 안겼다.
# 주근깨와 폭탄머리에도 그녀는 예뻤다
지난 해 가을 우리를 뭉클하게 했던 MBC ‘그녀는 예뻤다’. 믿고 보는 황정음이 얼굴에 주근깨를 하고 곱슬 폭탄머리로 변신했다. 어렸을 때는 예뻤는데 성장하면서 외모가 망가진 김혜진. 좋아했던 친구 지성준(박서준 분)에게 정체를 숨기고 또 다른 김혜진을 연기했던 진짜 김혜진은 안방극장을 울리고 웃겼다. 황정음이 “이래도 되나 싶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심하게 망가졌지만 선한 매력이 가득해서 예뻤던 혜진이었다. 얼굴보다 마음이라는 동화책에 나올 법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 드라마는 세상살이 팍팍한 88만원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당당하려고 노력하나 쉽사리 되지 않아 더 감정이 이입됐던 혜진이가 안방극장을 위로했다.
# 보통이어서 더 예쁜 해영이
‘또 오해영’은 보통의 여자 해영이를 다룬다. 사랑에 언제나 솔직하다. 그렇다고 자존감이 극도로 높은 여자는 아니다. 스스로 주문을 걸며 직진 로맨스를 펼친다. 동명의 예쁜 오해영(전혜빈 분)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많은 그냥 해영이는 보통의 시청자들을 울리고 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일이 많고 사랑도 뜻대로 되지 않는 해영이와 자신의 인생이 닮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은 것. 해영이와 같이 이름 콤플렉스가 있는 이는 적겠지만, 해영이의 팍팍한 인생살이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해영이의 험난한 사랑을 응원하고 해영이의 눈물에 함께 우는 시청자들의 지지 속에 ‘또 오해영’은 현재 시청률과 관계 없이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는 중이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