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라는 말이 있다. 속이다는 뜻의 ‘치트(Cheat)’와 ‘키(Key)’의 합성어. 게임에서 쓰인 말인데, 치트키를 쓰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를 응용해 최근 ‘예능 치트키’라는 말이 생겼다. 가수 김흥국을 향해서다. 나오기만 하면 기본 이상의 웃음을 보장하고, 함께 출연한 이들은 모두 인기를 얻는다는 말에서 붙은 말이다. 웃음을 주는 연예인으로서는 최고의 찬사인 셈이다.
로맨틱 코미디계에도 치트키를 쓰는 것 같이 높은 타율의 히트를 자랑 중인 배우 황정음이 있다. 그래서 ‘로코 치트키’라고 부르게 됐다. 그녀는 그 어떤 로코에 출연해도 맛깔나게 재미를 살리는 능력을 타고 났으며, 누구와 붙어도 짝 달라붙는 ‘케미스트리’(조합)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신인 작가들에게까지 최고의 입봉작으로 만들어주는 그야말로 전천후 치트키로 활약 중이다.
연예계 데뷔는 걸그룹 슈가로부터다. 두각을 나타낸 것은 연기였다.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은 그녀의 이름을 배우로서 알리기 시작한 작품. 인생의 2막을 열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에서도 황정음은 로코에 특화된 재능을 펼쳤다. 작품은 시트콤이었지만, 그녀가 극중 이지훈(최다니엘 분)과 선보이는 장면은 곧 로코였다. 망가질 땐 확실히 망가지는 그녀가 사랑스러웠다.
그 이후 출연한 작품들은 다양한 장르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로코에서 황정음의 활약은 여배우들 중에서도 손에 꼽는다. 특히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은 MBC ‘킬미, 힐미’는 그녀의 진가를 제대로 알린 작품.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를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달달하고 짠내 나는 다양한 감정을 담아냈다.
게다가 같은 해 방송한 MBC ‘그녀는 예뻤다’로 한 해에 2연타를 성공하면서 2015년을 황정음의 해로 만들었다. 이번에는 어렸을 때는 인형처럼 예뻤지만, 크면서 역변한 김혜진 역을 맡아 첫사랑과 재회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뽀글머리에 홍조 분장을 하고 펑퍼짐한 옷을 입은 예쁘지 않은 콘셉트였지만 황정음은 주특기인 망가질 땐 제대로 망가지는 연기를 소화하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특히 ‘그녀는 예뻤다’를 집필한 조성희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미니시리즈에 화려하게 데뷔한 바. 올해 새롭게 선보인 MBC ‘운빨로맨스’의 최윤교 작가 역시 신인작가. 4.8%(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 기준)이라는 시청률로 시작했던 최약체 ‘그녀는 예뻤다’를 20%에 가까운 시청률로 끌어올리고, ‘그예 신드롬’을 만들어낸 황정음의 능력이 이번에도 발휘될 수 있을 것인지 많은 기대가 쏠렸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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