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라이트] '아가씨', 친절해진 찬욱씨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6.05.25 19: 36

박찬욱 감독이 조금은 친절해진 모습이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는 25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그 베일을 벗었다. 특히나 그간의 작품들과는 달리 조금은 대중에게 손을 내민 박찬욱 감독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가씨'는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소설 속에선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이라면 박찬욱 감독은 이를 1930년대 조선으로 옮겨왔다.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조진웅 분)의 보호 아래 살아가는 아가씨(김민희 분)와 아가씨의 상속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기꾼 백작(하정우 분), 그런 백작이 고용한 하녀(김태리 분). 이 네 사람의 이야기를 '아가씨'는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다.

영화는 제1부와 제2부, 그리고 제3부로 나뉘어져있다. 각각 화자가 다른 것이 특징. 1부는 하녀 김태리의 시선으로 그려진다면 2부는 아가씨의 시선으로, 3부는 백작의 시선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관객들은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도 세 가지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화자가 다르기에 네 사람의 얽힌 관계는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게다가 미처 알지 못했던, 예측할 수 없었던 반전까지 숨어있다. 
아가씨를 둘러싼 저마다의 욕망, 사랑, 배신 그리고 반전 등은 '아가씨'가 박찬욱 감독의 기존 작품들과 다르게 조금 더 상업적인 냄새를 풍기게 만든다. '욕망', '사랑', '배신', '반전', 대중이 흔히 접할 수 있는 드라마의 소재이지 않은가. 그만큼 '아가씨'는 대중적 색채가 짙다.
박찬욱 감독 역시 앞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우리 영화는 아기자기한 영화이기 때문"이라며 "예술영화들이 모이는 영화제에 어울릴까 싶을만큼 명쾌한 영화다. 해피엔딩이고 모호한 구석이 없는 후련한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완전히 대중 친화적인 작품은 아니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일반적으로 '상업 영화'라고 불리는 여타의 작품들과는 결이 다르다. 높은 수위의 동성 베드신 역시 관객들이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에 비하면 잔인함의 수위는 현저하게 낮아졌다. 아예 잔인한 장면이 빠졌다고는 할 수 없으며 설정 자체가 '잔인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내 영화치고는 얌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박찬욱 감독의 증언만 봐도 알 수 있다.
조금은 친절해진 박찬욱 감독이 '깐느박' 매니아들은 물론 일반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trio8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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