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벤츠 ‘더뉴 E클래스’, 힘 좋은 게 프리미엄? 똑똑한 차가 프리미엄!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6.05.26 08: 07

“스펙 싸움은 끝났다.” 
패러다임은 변하기 마련이다.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의 입맛이 기술을 바꾸기도, 앞서가는 기술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기도 한다. 첨단 기술의 총아인 자동차 업계에 이런 기미가 보이고 있다. 자타공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손꼽히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볼륨 모델인 ‘더뉴 E클래스(The New E-Class)’를 출시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오랜 자랑거리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출력이 어떻고, 토크가 얼마나 되며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몇 초가 걸린다느니 하는 것들 말이다. 
대신 그 자리에 ‘자율 주행’이라는 키워드가 있었다. ‘안전과 편의’가 전통적인 스펙을 뒷전으로 물러나게 한 모양새다. 한때 혁신의 상징이었던 스마트폰도 기술 보편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스펙 싸움’을 끝내가는 상황을 우리는 지켜봤다. 적어도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 ‘E클래스’에 있어 전통적인 스펙은 더 이상 두드러진 경쟁력이 되지 못했다. 

지난 24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인천광역시 중구 을왕동, 왕산 마리나에서 ‘더뉴 E클래스’에 대한 프리뷰 행사를 열었다. 29일까지 계속 되는 이 행사에는 미디어 관계자들과 메르세데스-벤츠 딜러사들이 초대한 소비자 등 4,000여 명이 참여한다. 
프리뷰 행사에는 온로드 시승도 포함 돼 있었다. 차의 ‘전통적인 스펙’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준비한 온로드 시승코스는 일반적인 그것과 많이 달랐다. 퍼포먼스, 브레이킹, 핸들링, 서스펜션 등을 논하기에는 코스가 턱없이 짧았다. 비즈니스 세단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들, 정숙성 편의성 부드러운 주행감을 잠깐 맛보는 정도였다. 
대신,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이번 프리뷰 행사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스마트한 운전자 보조(Driver Assistance) 프로그램이었다. ‘더뉴 E클래스’를 완전 자율주행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존재로 정의하고 스스로 ‘지능의 걸작(Masterpiece of Intelligence)’이라고 불렀다. 
▲센터페시아 개념을 바꾸다, 와이드 스크린 콕핏 디스플레이 
‘더뉴 E클래스’의 외관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다양한 트림에서 시도 된 실험들이 ‘모던 럭셔리’라는 주제 아래 헤쳐모인 형태를 취했다. 45mm 늘어난 전장으로 쿠페형 실루엣을, 65mm 늘어난 휠베이스로 안락한 실내 공간을 만들었다. 6,560만 원부터 시작하는 아방가르드(Avantgarde) 트림은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 큼지막한 삼각별을 붙였고, 6,760만 원부터 시작하는 익스클루시브(Exclusive) 트림은 보닛 위에 삼각별을 세웠다.  
깜짝 놀랄 디자인 변화는 실내에 있었다. E300 이상에 기본적용 되는 사양(E220은 옵션)이기는 하지만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좌우로 길게 일체형으로 배치해 놓았다. 운전자 시선에서 왼쪽 계기반, 오른쪽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라는 기본 구성을 따르기는 했지만 12.3인치의 와이드 스크린은 경우에 따라 계기반 위치에 내비게이션이 나타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전통적으로 센터페시아에 자리 잡았던 각종 조작 버튼들은 대부분 운전대 안으로 들어왔다. 사실상 센터페시아의 파괴다. 몇몇 공조버튼과 조그셔틀, 운전 모드 선택 버튼이 남아 있어, 그 위치가 센터페시아라는 사실만 알려주고 있었다. 가로로 길게 배치 된 와이드 스크린은 세로 배치형 센터페시아를 극히 미미한 존재로 무력화 시켜 놓았다. 
스티어링 휠에는 터치컨트롤 버튼이 양손 엄지손가락 위치에 배치 됐는데, 계기반에 표시 되는 정보를 선택하거나(왼쪽), COMAND 온라인 메뉴를 결정할 때(오른손) 마치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것처럼 '터치'할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아래위, 좌우로 방향으로 쓸기만 하면 선택 메뉴가 인식을 해 직관적이다.  
▲운전자와 보행자를 보호하라,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 
행사 주최팀이 가장 신경을 써서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더뉴 E클래스’가 갖고 있는 각종 운전자 지원 장치들을 실연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횡단 보도를 건너는 더미(사람 모양의 인형)가 등장하고, 신호를 무시하고 사거리를 횡단하는 차량도 등장했다. 또한 운전자가 딴전을 피우는 상황을 가정해 비상 브레이크가 작동할 수 있도록 가상 추돌 차량도 준비 됐다. 
사실 이 같은 기능들은 종전의 시승행사에서 체험할 수 없는 것들이다. 보행자를 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테스트를 해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이러한 장치들도 있다더라”고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던 기능들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더뉴 E클래스’에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Driving Assistance Package Plus)’라는 옵션을 제공한다. 이름 그대로 안전 운전 지원 패키지다. 보행자를 보호하고, 충돌을 회피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통째로 ‘지원 패키지’라고 불렀다. 
‘패키지’를 이루는 장치들은 복잡한 이름들을 달고 있지만 사물과 사람을 인식하고 스스로 대처하는 원리는 하나다. 룸미러 쪽에 있는 다목적 스트레오 카메라, 번호판 근처에 있는 정면 레이더 센서, 차체의 사방에 배치 된 레이더 센서가 사람과 사물을 감지하고 대응을 준비한다.  
‘더뉴 E클래스’는 체험 프로그램이 설정한 상황대로 움직였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지나가는데도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지 않자 1차로 경고음을 보내고, 그래도 움직임이 없자 알아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신호를 무시한 차량과 충돌 위험이 감지 되자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시속 50km의 속도로 달리는 중에 전방에 추돌 위험이 있는 차량(장애물)을 발견하자 상체가 젖혀질 정도의 급브레이크를 밟아 추돌을 피했다. 
▲두 번째 조종사, 드라이브 파일럿(Drive Pilot) 
메르세데스-벤츠가 ‘더뉴 E클래스’를 두고 자율주행의 시작이라고 부르게 한 기능이다.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달리기만 하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크루즈 컨트롤이다. 여기에 앞차와 간격을 알아서 조절하고, 차선을 인식해 스스로 방향을 바꿔주며, 도로공사 등으로 차선이 바뀌는 경우에도 앞 차가 움직인 방향을 따라 주행을 한다. ‘파일럿’이라는 이름 그대로 스스로 조종사 구실을 한다. 
▲전면주차도 해내는 자동 주차 
차가 스스로 주차공간을 확인하고, 핸들을 꺾어 안전하게 주차까지 하는 시스템이다. 자동주차를 명령하고 주차 공간을 쓱 지나가기만 하면 차체에 달려 있는 센서가 차량의 좌우에 있는 주차 공간을 확인한다. 어느 공간에 차를 넣을 지 운전자가 지정하면 스스로 핸들을 돌리고 엑셀을 밟아 확인 된 공간의 한 가운데로 차를 옮긴다. 
‘더뉴 E클래스’는 똑똑하게 전면주차도 해 보였다.‘인간 운전자’도 경험이 많아야 할 수 있는 전면주차를 ‘더뉴 E클래스’가 세계 최초로 해냈다. 
▲그래도 스펙은?
‘전통적 스펙’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용기를 아무나 낼 수는 없다. 브랜드 만으로 기본적인 신뢰가 쌓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1947년 이후 10세대를 진화 한 ‘더뉴 E클래스’가 그랬다. 7년만에 완전 변경한 비즈니스 세단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시승행사에 나온 ‘더뉴 E300 아방가르드’ ‘더뉴 E300 익스클루시브’는 모두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 가솔린 엔진이 실렸다. 최대 200bar 압력으로 연료를 분사하며 최고 출력은 245마력에 이른다. 복합연비는 10.3km/l(고속도로 12.0km/l, 도심 9.3km/l). ‘더뉴 E클래스’ 전 모델에는 자동 9단 변속기(9G-TRONIC)가 달려 기존의 7단 변속기 보다 효율성을 높였다.  
▲새로운 패러다임, 자율 주행 이제 시작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더뉴 E클래스’의 운전 지원 프로그램은 분명 뛰어났다. 하지만 ‘이제 첫 걸음’이라는 사실 또한 분명했다. 미리 설정 되지 않은 변수, 예를 들면 운전자의 개입이 있다든지, 레이더 인식 타이밍이 맞지 않다든지, 도로 노면이 설정치 보다 미끄럽다든지 할 경우에는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아직 완벽한 ‘자율 주행’은 아니라는 얘기다. 
체험을 지원하는 인스트럭터들도 “운전자의 결정을 최우선시 하도록 세팅 돼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차가 스스로 임무를 수행하다가도 운전자의 개입이 있으면 곧바로 운전자 모드로 돌아가게 돼 있다. 최악의 경우, 전방 추돌 상황을 감지하고 차가 자율적으로 브레이크를 잡다가도 뒤늦게 상황을 눈치 챈 운전자가 당황한 나머지 엑셀을 밟으면 차는 브레이킹을 중단하고 엑셀 명령을 수행한다는 얘기다. 
‘더뉴 E클래스’가 매우 똑똑한 차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사람 운전자’를 지원하는 ‘보조 운전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세데스-벤츠가 가 ‘자율 주행의 시작’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개를 알리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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