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기 청춘들의 인생찬가를 그린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속 5명 '꽃할매'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실수연발, 푼수같은 행동으로 답답함을 유발하다가도 무심코 툭 하고 던지는 말 한마디, 주름진 얼굴이 만든 연륜이란 나이테는 보는 이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동시에 여전히 소녀감성을 간직하고 사는 다섯 할머니의 귀여운 매력 또한 '디어 마이 프렌즈'를 이끄는 힘. 개성만점 다섯 할매의 매력포인트를 짚어봤다.
◆ 사슴눈망울에 심쿵해, 조희자(김혜자)
친구를 위해서 대신 죄를 뒤짚어 쓰겠다고 나서며 노년의 묵직한 우정으로 안방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한 조희자(김혜자 분)는 할매들 사이에 4차원 독거소녀로 불린다.
조희자의 절친은 문정아(나문희 분)다. 문정아는 조희자와 정 반대로 억척스러운 살림꾼. 그런 친구를 위해 조희자는 요양원에 있는 문정아의 어머니를 주기적으로 대신 방문하기도 하며 친구를 위하는 고운 심성의 소유자다.
하지만 남편을 떠나보낸 후 큰 집에 홀로사는 조희자는 망상성 치매를 앓고 있어 남들이 자신을 흉본다거나 훔쳐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주변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자신의 의심 때문에 남편이 벽장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죄의식이 그를 더욱 괴롭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조희자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 사슴같은 눈망울, 자그마한 체구의 그녀가 신부님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며 "제가 장롱면허입니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이나 아들 민호(이광수 분)의 품에 안겨 솜사탕을 손에 쥐고 곤히 자는 모습에서 우리들의 어머니가 보이기 때문이다.
◆ 내가 바로 원조 '호박 고구마!', 문정아(나문희)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호박 고구마'라는 유행어까지 남기며 사랑스러운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줬던 나문희는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또 한번 '러블리 할매'의 매력을 발산 중이다.
그가 연기하는 문정아는 일생을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일만 하며 살아온 지극히 평범한 주부. 그녀의 마지막 소원은 세계일주다. 평생 고생만 했던 문정아에게 남은 것은 '꽃길'이어야 마땅하지만, 이 또한 평탄하지 않아 보인다.
세계일주를 보내줄거라고 믿었던 남편은 이제와 오리발을 내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뺑소니 사고로 감옥에 들어가게 생겼다. "죽더라도 길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문정아의 애처로운 눈빛에 시청자들 또한 그녀가 감옥이 아닌 세계일주를 떠나길 진심으로 응원 중이다.
◆ 알고 보면 소녀감성, 장난희(고두심)
억척스럽기로는 1등이다. 박완(고현정 분)의 엄마 장난희(고두심 분)가 그 주인공. 어딜가든 리더를 도맡아 하는 장난희는 매사 밝고 생활력도 강하다. 그녀는 보고만 있어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로 딸의 히스테리에도 개의치 않고 끈질기게 동문회에 끌고 가는 박력도 겸비했다. 친구의 일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드는 의리, 늙은 노모를 챙기는 그녀는 언제나 든든한 우리들의 어머니와 닿아있다.
하지만 평생을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어머니에게도 2순위였던 장난희에겐 외로움과 고독이 가득하다. 조심스럽게 박완을 향해 "엄마도 외롭다"며 손내밀지만, 투박한 그녀의 말투를 몰라주는 박완의 날카로운 대답에 매번 상처받는다.
◆ 배우의 클래스는 영원하다, 이영원(박원숙)
박완이 이모들 중 가장 좋아하는 '왕년의 톱스타' 이영원(박원숙 분). 시원시원하고 속깊고 정이 많다. 난희와 동문이지만, 30년전 난희의 남편이 외도하는 사실을 알고서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절교한 상태. 뒷 이야기가 숨어져 있는 듯 하지만 이모 중 가장 입이 무거운 그녀는 조심스럽다.
난희의 차가운 태도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친구에게 손내미는 그의 사연 또한 시청자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 유일한 처녀 오충남(윤여정)
5명의 할머니 중 유일한 처녀, 오충남(윤여정 분)은 검정고시학원을 다니며 여전히 학구열을 불태우는 열혈 할매다. 진보적인 연애관과 타고난 입담으로 주위엔 언제나 지성인과 문화인들이 들끓지만, 가방끈이 짧다는 그녀의 자격지심에서 기인한다.
오충남은 스스로는 자신을 '청춘'이라 생각하지만, 점점 늙어가는 얼굴이, 나이를 운운하며 '꼰대'가 되어버린 모습에 불안감을 느낀다. 청춘시절 느낄 수 없던 고독사를 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까지 든다.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자 더욱 열정적으로 살고자 다짐하는 오뚝이 할매다. /sjy040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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