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섹시’ 실종사건이다. 경쟁이라도 하듯 무대에서 누가 더 많이 벗고, 누가 더 요염한지를 겨루던 시절은 이미 옛날 얘기가 됐다. 섹시함을 부각시키기보다는 확실한 콘셉트로 꾸준히 매력을 어필하는 것이 정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필해야하는 대상이 명확해졌기 때문. 과거 걸그룹들의 타깃이 남성 팬들이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걸그룹들은 ‘여덕’들을 노린다. 이는 시장의 순리. 여성 팬들의 구매력과 충성도가 남성 팬들보다 확실히 높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돌들이 대중성보다는 ‘팬덤 확보’에 무게를 둔다는 흐름 역시 걸그룹 섹시 콘셉트 실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성 팬들이 남성 팬들 보다 구매력이 높고 적극적이라는 것은 단독 콘서트의 규모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보이그룹들도 수시로 콘서트를 열고 팬들을 동원하는데, 꽤나 이름이 알려진 걸그룹들이라도 단독 공연 한 번 하는데 애를 먹는다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이에 걸그룹들도 타깃을 여성 팬들로 돌린 것.
이미 아이돌들의 목표는 대중성보다 팬덤을 확보하는 것으로 무게중심이 넘어왔다. 인지도를 높여 다양한 행사 무대에 서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는 충성도 높은 단단한 팬덤을 형성, 공연과 앨범, 굿즈 판매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오랜기간 가요계에 몸을 담은 한 가요관계자는 OSEN에 “대중성보다는 팬덤을 확보하는 것이 요즘 아이돌들의 목표다. 음악방송 출연보다는 공연장에서 팬들을 찾는 빈도가 높아지는 현상 역시 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흐름이 이렇다보니 걸그룹들도 인지도보다는 팬덤 확보에 눈을 돌리게 된 것. ‘섹시’ 보다는 덕심 몰이를 할 수 있는 명확한 콘셉트가 있어야 팬들의 충성도가 높아지고, 이미지 소비 없이 롱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섹시 콘셉트’ 자체가 비교적 여성 팬들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차세대 걸그룹들만 봐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데뷔 약 6개월 만에 앨범 10만 장을 팔아치우고 음원차트에서도 약 한 달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트와이스가 대표적. 다양한 매력으로 남성 팬들은 물론 여성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이다. 섹시보다는 유쾌하고 밝고 건강한 이미지다.
3연타석 홈런을 때린 여자친구 역시 마찬가지. ‘파워청순’을 대표 콘셉트로 내세우며 학교 시리즈 3부작을 통해 대성공을 거뒀다. 이 밖에도 차세대를 노리고 데뷔한 팀 러블리즈, CLC, 오마이걸, 에이프릴 등도 자신들만의 색깔을 가지려는 노력으로 팬덤을 천천히 늘려가고 있다. /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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