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신양이 흥행을 이끈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오는 31일 안방극장을 떠난다. 이 드라마는 ‘장르가 박신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시민들의 영웅을 연기한 박신양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각별했던 드라마. 박신양은 작품마다 자신만의 독보적인 색깔을 보여주며 인기를 책임졌고 ‘믿고 보는 박신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가 대중의 주목을 받은 작품은 2004년 SBS에서 방송됐던 ‘파리의 연인’이다. 당시 이 드라마는 시청률 60%를 넘보는 기록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무엇보다도 박신양이 연기했던 재벌 2세이자 까칠한데 따뜻한 남자 한기주에 대한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가 어마어마했다. 지금도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흥행 공식인 까칠한 듯 보이나 내 여자에게만큼은 순정을 다 바치는 기주는 가난하지만 씩씩한 강태영(김정은 분)에 대한 사랑을 열렬히 표현하며 안방극장을 뒤집어놨다.
특히 태영이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애기야 가자”를 외치며 백마 탄 왕자가 신데렐라를 구해줄 때의 짜릿함보다 더한 극적인 상황을 연기하며 모두를 설레게 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애기라고 부르는 닭살돋는 애정 표현, 저돌적으로 손목을 끌고 나오며 자신의 여자임을 드러내는 박신양의 연기는 ‘파리의 연인’이라는 드라마의 인기를 치솟게 했다.
사랑에 주저하는 태영에게 소리를 질러가며 “이 남자가 내 남자라고 왜 말을 못 해”라고 다그치는 박력 넘치는 기주. “애기야 가자”와 “이 남자가 내 잠자라고 왜 말을 못 해”라는 대사는 그해 웬만한 시청자들이 알고 농담으로 따라하는 유행어가 됐다.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박신양과 그리고 이 작품 이후 로맨틱 코미디를 계속 흥행시키며 대가의 자리에 오른 김은숙 작가의 이야기를 할 때 빼놓지 못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김은숙 작가가 매 작품마다 반복되는 어투와 표현으로 유행어를 만들었는데, 최근 작품인 ‘태양의 후예’ 속 다나까 말투와 함께 유행어 중 가장 오래된 “애기야 가자”라는 대사가 대중에게 강렬히 박혀 있는 것은 그만큼 박신양의 애절한 감정이 들어간 ‘샤우팅’이 인상 깊게 다가왔기 때문일 터다.
박신양은 틀에 박혀 있지 않은 연기를 하는 배우. 대사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고 버벅거리는 것조차 격한 감정을 표현할 때 의도적으로 설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툭툭 던지는 무심한 듯 보이나 진심이 담겨 있는 감정 표현은 그가 ‘동네변호사 조들호’와 같이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야 하는 드라마가 아닌 과한 애정이 많이 담겨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연기할 때도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 12년이 그러했듯이, 앞으로 박신양이 연기 활동을 하는 동안 영원히 기억될 ‘파리의 연인’ 속 애정 가득한 대사 역시 박신양이 했기에 흔히 말하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상황이 펼쳐지지 않았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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