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하다, 말 안된다 하면서도 채널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김은숙 작가의 필력이 이번에도 통할까. KBS 2TV ‘태양의 후예’로 나라를 들었다 놨다 했던 김 작가가 tvN ‘도깨비’로 돌아온다.
‘도깨비’는 오는 11월부터 방송될 예정이다. 일찌감치 공유가 남자 주인공으로 낙점됐고, 지난 26일에는 OSEN 단독 보도로 김고은이 ‘도깨비’의 여자 주인공이 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거기다 로맨틱 코미디 주조연 경력으로는 어디서 빠지지 않는 이동욱까지 이들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도깨비’의 첫 방송을 고대하는 이유는 비단 화려한 캐스팅 때문만은 아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는 방영 당시 계절감이 잘 반영돼 있는데, 각기 다른 사계절 속 특수한 설렘의 향기가 극의 분위기를 조성하곤 했다.
이를테면 딱 6년 전, ‘도깨비’가 방송될 무렵부터 전파를 탔던 현빈·하지원 주연의 ‘시크릿가든’의 경우 지금도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드라마로 꼽힌다. 김 작가의 작품 중 ‘상속자들’ 역시 이 시기에 만들어졌지만, 극도의 판타지적 설정이 가미됐다는 점에서 ‘시크릿가든’ 쪽이 더 ‘도깨비’와 닮은꼴이라 할 수 있겠다.
가장 밤하늘이 까맣고 깊을 겨울의 김주원(현빈 분) 저택을 배경으로 흐르는 OST ‘그 여자’·‘그 남자’는 여심과 남심을 동시에 흔들었고, 얼음 궁전처럼 휑뎅그렁한 그 집 안의 냉기를 길라임(하지원 분)이 점점 덥혀 가는 광경은 겨울이라는 계절 속에 더욱 효과적으로 녹아들었다.
‘도깨비’는 도깨비와 저승사자의 기묘한 동거를 다루는 작품으로, 비현실적인 김은숙 작가의 세계에서도 가장 환상적인 드라마가 될 전망이다. 신비롭지만 슬프고,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이들의 일상이 펼쳐지는 시기로는 차가움을 따뜻함으로 바꿔 나가는 이야기의 주요 배경이었던 계절, 겨울이 딱 들어맞을 듯하다. ‘도깨비’가 ‘시크릿가든’을 넘는 겨울 판타지 로코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bestsurplu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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