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의 민족’의 가장 큰 성과라면 힙합을 전혀 몰랐던 할머니들이 젊은 관객들의 흥을 끌어낼 만큼의 랩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할머니 출연자들은 ‘힙합의 민족’을 통해 힙합을 처음 접했지만 이제는 랩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업그레이드됐다.
할머니 래퍼들의 놀랍고 아름다운 도전은 지난 27일 파이널 미션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최종 우승자는 가려졌지만 다른 할머니 래퍼들의 노력도 최종 우승자 못지않게 의미 있었다.
‘힙합의 민족’의 송광종 PD는 “프로그램이 끝나니 시원섭섭하다.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그건 처음 이런 프로그램을 하는 거라 제작진도 시청자들이 뭘 더 보고 싶어 했는지, 뭘 더 보여줘야 했는지 답을 모두 찾은 건 아닌데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더 했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힙합의 민족’이라는 프로그램의 의미라면 힙합이 젊은 사람들만의 문화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할머니든 누구든 도전한다면 얼마든지 랩을 할 수 있다는 것.
송 PD는 “‘쇼미더머니’는 래퍼들의 서바이벌이고 ‘힙합의 민족’은 다른 프로그램이다. ‘쇼미더머니’는 4년에 걸쳐 힙합을 대중화시켰다면 ‘힙합의 민족’은 힙합이 낯선 세대인 40~70대까지 저변을 넓힌 것 같다. 힙합이라는 게 건들거리고 웅얼거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저 나이에도 도전을 하는구나’라며 할머니들의 도전이 보기 좋았다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힙합의 민족’은 그야말로 지금까지 없었던 예능이었고 비슷한 예능도 없었다. 하지만 시청률이 아쉬웠다. 온라인상에서 화제성은 높았지만 그만큼 시청률이 나오지는 않았다.
송 PD는 “시청률이 아쉽다. 좀 더 재미있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야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놀랍다’ 다음에 ‘멋있다’ 그리고 그다음에 생각할 수 있는 걸 고민했어야 했다. 탈락도 없고 멤버도 같고 시청자들이 무슨 재미로 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다. 주제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대결 방식도 다채로웠어야 했나에 대해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힙합의 민족’을 하면서 고민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할머니들의 도전과 성장을 보며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시청률로만 매길 수 없는 도전이었다.
송 PD는 “마지막 공연할 때 뿌듯했다. ‘할머니들이 이렇게까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할머니들이 정말 힙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는데 마지막 공연하는 걸 보니 ‘안 되는 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처음에는 진짜 안됐는데 다 됐다”라고 말했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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