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라디는 재도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라디는 뛰어난 프로듀서이자 작곡자답게 트로트를 부르는 노래 강사 나예원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라디는 파트너의 스타일에 맞는 곡을 만들어내는 재주로 ‘듀엣가요제’에 가장 적합한 출연자임을 보여줬다.
27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듀엣가요제’에서는 6명의 가수가 노래를 하고 싶어하는 일반인들과 팀을 이뤄서 경연을 펼쳤다. 이날 이영현과 박준형은 폭발적인 고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4연승에 도전했던 산들과 조선영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게 됐다.
청중평가단에게 평가를 받는 노래 경연 콘셉트의 프로그램에서는 폭발적인 성량과 고음을 자랑하는 가수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청중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선사하는 것은 고음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라디는 노래를 겨루는 ‘듀엣가요제’에 불리해 보인다. 라디는 고음보다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가성을 지닌 보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라디가 ‘듀엣가요제’에서 빛이 나는 이유는 함께 노래하는 ‘듀엣’을 확실하게 살려주기 때문이다. 라디는 프로듀서와 작사와 작곡 능력을 갖춘 싱어송라이터로 자신의 파트너에 어울리는 곡을 만들어 버린다. 단순히 파트를 몰아줘서 밀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라디와 나예원의 ‘꽃밭에서’는 라디의 스타일이 살아있으면서도 트로트 스타일의 가수인 나예원의 매력이 넘치게 보여줬다. 고음 없이도 420표가 넘는 표를 얻으며 청중 평가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경연을 마친 뒤에 라디와 함께 무대를 꾸몄던 나예원은 “다음에는 라디 위주의 무대를 보여주고 싶기에 또 함께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상금도 가왕도 없는 ‘듀엣가요제’에 출연한 파트너들은 오직 무대에 대한 욕심으로 출연을 결정한다. 그렇기에 출연하는 가수들도 자신이 돋보이기보다는 듀엣인 파트너를 격려하고 돋보이는 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해 애써왔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듀엣가요제’가 범람하는 다른 가요 경연 프로그램들과 다른 점이다. 라디의 모습을 ‘듀엣가요제’에서 자주 보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pps2014@osen.co.kr
[사진] '듀엣가요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