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원숙의 '디어 마이 프렌즈' 속 어색했던 가발의 비밀이 안방극장을 눈물 짓게 했다.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박완(고현정 분)의 어머니 장난희(고두심 분)와 난희의 친구들의 이야기로 감동을 안기고 있다. 이 드라마는 노년의 삶을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다룬다. 흔히 꼰대라고 불리지만 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젊은 사람들이 학을 떼는 행동에 있어서 이유와 배경이 있다는 접근이다. 인간과 삶에 대한 아름다운 시선은 난희의 친구들의 모습에 다 녹아 있다.
난희의 남편과 외도를 한 숙희를 계속 만난다는 이유로 난희가 극도로 싫어하는 이영원(박원숙 분)도 그렇다. 영원은 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모. 완이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을 정도로 각별하다. 또 다른 친구 문정아(나문희 분)의 딸이 남편에게 맞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아무 이유도 묻지 않고 돈을 건네고 정아에게는 비밀로 부치는 따뜻한 배려심이 있는 여자이기도 하다.
그동안 이 드라마는 영원이를 제일 합리적인 인물로 그렸다. 영원이가 난희가 그렇게 증오하는 숙희를 만나는 이유만 베일에 가려져 있을 뿐. 그런데 지난 27일 방송된 5회에서 영원이가 숙희를 만나는 이유가 드디어 공개되면서 영원이의 모든 비밀이 풀렸다. 자신이 암투병 중이라 난희를 배신한 숙희를 만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온갖 병에 시달리는 영원이는 머리카락이 빠져 가발까지 쓰고 있었지만 애써 웃는 모습은 모두를 울컥하게 했다. 또한 충격을 받은 난희의 막말에 눈물을 참는 장면은 박원숙의 열연과 어우러지며 이날의 잊지못할 명장면이었다. 자존심 때문에, 그리고 아픈 상처가 있는 난희가 자신을 비난하지 못할까봐 투병을 숨겼던 영원이의 배려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영원이는 화려한 배우의 삶을 살지만 대중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상처도 입고, 번번히 사랑에 실패하며 외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고 자신을 미워하는 난희에게 ‘욕받이’ 역할을 자처하며, 난희의 딸인 완이와 엄마인 오쌍분(김영옥 분)을 마치 딸처럼 사랑을 쏟는다. 일에 있어서도 철두철미하다. 바쁜 일정 속 급하게 밥을 먹으면서도 팬들의 요청에 사인과 사진 촬영에 응하고, 고단한 몸상태에도 묵묵히 연기를 이어간다. 촬영 일정을 뒤로 미루려는 매니저에게 “네가 감독이야?”라고 말하며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는 배우인 것.
그래서 영원이의 이야기는 오랜 인생 경험이 고루한 가치관으로 굳어 젊은 사람들에게 ‘꼰대’라고 취급을 받기도 하는 노년들의 삶을 합당하게 표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영원이의 행동은 뭐든 이유가 있고, 배경이 있는 것. 물론 영원이 뿐만 아니라 난희의 친구들이 다 그렇다. 선량하게 살아왔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누군가에게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하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사람들. 이 드라마는 그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 그리고 살아온 발자취에 대한 깊은 존경과 이해가 담겨 있다. 박원숙이 연기하는 영원이 같은 정 많고 합리적인 이모가 젊은 완이와 친구의 또다른 딸에게 그러하듯이 말이다. / jmpyo@osen.co.kr
[사진] '디어 마이 프렌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