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음악 예능프로그램 ‘듀엣가요제’는 꿈이 현실이 되는 무대다.
일반 참가자들이 실력파 가수들과 함께 무대를 꾸미며, 환상의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노래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참가자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끄집어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녹아내고 무대에 집중하는 것. 이른바 사연팔이가 없다. 4연승을 한 ‘싱글맘’ 조선영 씨의 이야기는 방송 후 인터넷을 통해 알려질 정도다. 제작진은 가수와 참가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뭉클하고 짜릿한 호흡에 시선을 쏟는다. 담백한 음악 예능인 ‘듀엣가요제’의 미덕이다.
‘듀엣가요제’는 매주 금요일 오후 9시30분에 방송되는 음악 예능이다. 어찌 보면 너무 많은 음악 예능이 있는 까닭에 ‘복면가왕’ 등판 당시만큼의 파괴력은 없다. 그래도 ‘듀엣가요제’가 안정적인 시청률과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는 것은 다른 음악 예능과의 구성에 있어서 차이, 그리고 흥미를 높이려다가 기획의도를 잃어버리는 선을 밟지 않고 있기 때문. 이 프로그램은 수많은 음악 예능 속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아 담담한 재미가 있다.
가수와 출연자가 눈을 마주치며 노래를 부르고, 고음의 후렴구를 쏟아낸 후 안도의 웃음을 함께 짓는 모습. 지난 27일 방송에서 5연승에 도전한 산들과 조선영 씨가 보여준 모습이다. 가수들은 자신이 돋보이는 무대를 만드는 게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방송 출연을 결심한 시청자 가수를 부각시킨다. 노래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감정이 폭발하거나 음이 확 올라가는 대목을 시청자 가수에게 넘기고, 자신은 받쳐주는 역할만 충실히 한다. 그렇게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시청자 가수에게 환상적인 무대가 되도록 배려하는 일을 이름값 높은 가수들이 하고 있다. 가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지 않는다고 해도 '듀엣가요제'에 출연하는 가수는 그 어떤 독무대보다 대중에게 격한 감동을 안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감동적이다. 열창에 푹 빠져 듣다가 서로에게 의지해 듀엣 무대를 꾸미는 두 사람의 좋은 호흡에 감동을 받는다. 분명히 경연이지만 점수가 쑥쑥 올라간다고 해서 짜릿하거나, 다연승이 깨졌다고 아쉽다기보다는 찬란하게 빛나는 무대 그 자체가 충분히 감동적이고 뭉클하다. 시청자 참가자의 노래 실력에 놀라 반하고, 함께 하며 충실한 ‘러닝 메이트’ 역할을 하는 가수의 따뜻한 배려에 푹 빠지게 되는 구성. 그저 그런 음악 예능이 많은 요즘 방송가에서 ‘듀엣가요제’가 볼 만한 음악 예능이라고 안방극장의 호평을 받는 원동력이다.
MBC는 ‘나는 가수다’로 음악 경연이라는 구성이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줬고, ‘복면가왕’으로 추리와 코미디, 경연의 결합이 흥미를 자극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리고 음악 예능의 홍수 속 ‘듀엣가요제’가 안정적인 길을 걸으면서, 음악 예능 장인의 손길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듀엣가요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