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밤 되시구요. 잘자요.”
라디오 좀 들어봤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귀에 익은 멘트다. 두 번의 프로그램에서 DJ로 활약했던 성시경의 전용 엔딩 멘트였던 것. 이에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시경에게 이 멘트 시범을 보여 달라고 요청한다. 음악 외에도 하나의 시그니처가 생긴 것.
성시경과 같이 지금은 DJ로 활동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역대급’으로 꼽히는 라디오 DJ들이 있다. 단순히 주어진 대본을 읊는 것이 아닌 본인들만의 특색과 입담, 라디오에 대한 애정을 가졌던 DJ들이라면 특히 그러하다. 그 중에서도 언젠가 꼭 다시 한 번 듣고 싶은 목소리에는 누가 있는지 살펴보자.
# 영원히 기억될 마왕, 故신해철의 ‘FM음악도시’, ‘고스트 스테이션’
역대 라디오 DJ를 논할 때 마왕 故신해철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1996년~1997년 MBC FM ‘FM 음악도시’와 2011년~2012년 ‘고스트 스테이션’을 통해 라디오 DJ로 활약했다. 신해철 특유의 신랄한 입담과 색깔이 분명한 방송은 잔잔할 줄만 알았던 라디오 방송에 신선한 반전을 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FM음악도시’ 마지막 방송 당시 신해철이 남긴 “우리가 왜 사는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거죠”라는 메시지는 여전히 회자될 정도. 그를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만 이제는 만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 최초의 ‘별밤지기’,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는 늘 이문세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응답하라 1997’의 5인방은 거실에 모여 앉아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추억을 공유했고,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가족들은 너도나도 이문세에게 자신의 사연이 읽히기를 고대했다. 이처럼 이문세가 단골 손님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1988년부터 1996년까지 무려 11년간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해 ‘별밤지기’란 애칭을 처음으로 탄생시킨 DJ이기 때문. 이에 그를 제외하고는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는 드라마를 그릴 수 없었던 것. 그야말로 많은 이들의 청춘을 함께 한 DJ, 이문세 역시 잊을 수 없는 라디오 DJ 중 한 명이다.
# 통통 튀는 입담의 ‘까만콩’,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볼륨을 높여요’에게 이본이란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이본은 프로그램이 시작된 1995년부터 2004년까지 9년간 ‘볼륨을 높여요’와 함께한 DJ다. 그가 하차한 이후 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그의 뒤를 이어 후임으로 발탁됐지만, 여전히 ‘볼륨을 높여요’하면 이본이 자동으로 연상될 정도다. 당시 까만 피부와 통통 튀는 매력으로 ‘까만콩’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본은 그 별명만큼이나 상큼하고 발랄한 입담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주로 남자 연예인의 활약이 돋보였던 라디오계에서도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여 더욱 의미 있는 DJ이기도 하다.
# 다시 없을 목소리, 성시경의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FM음악도시’
그야말로 보물 같은 목소리였다. 2005년~2008년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와 2011~2014년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를 진행했던 성시경은 피곤한 날에는 힐링을, 잠 못드는 밤에는 달콤함을 선사하는 목소리로 특히 여성 청취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DJ이다. 지금은 주로 TV 예능 프로그램의 MC로서 활약하고 있지만, 그의 뛰어난 진행 실력과 부드러운 목소리는 라디오에 특히 적격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엔딩 멘트 ‘잘자요’는 지금까지도 많이 패러디 될 정도. 꼭 언젠가 다시 한 번 성시경의 라디오 진행을 듣길 원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 jsy9011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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