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은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지침서가 되고 있다.
지난 28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이하 ‘오마베’)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엄마가 시키는 생애 첫 심부름은 물론, 혼자서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경험도 척척 해내며 이날도 한 뼘 더 자라났다.
이날 서우는 직접 방을 청소하라는 아빠 백도빈의 미션에 부지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장난감을 정리하고 오빠가 어지럽힌 물건도 제자리에 갖다 놓은 뒤, 자신보다 큰 청소기로 방바닥도 깔끔하게 치웠다.
또한 평소 분신처럼 아끼는 토끼 인형은 직접 빨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밥이 풀린 토끼인형의 몸통과 머리가 분리됐고, 놀란 서우는 2초간 멍한 듯 보이다 곧 울음을 터뜨렸다. 친구와 다름없는 존재가 자신 때문에 다쳤다고 생각한 것.
이에 엄마 정시아는 “엄마가 수술해주면 괜찮다”라며 수선해줬고,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서우는 연고를 찾아와 토끼인형에 발라주며 스카프까지 정성스레 감아줬다. 어른들에게는 그저 헝겊인형에 불과한 것이 서우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이자 친구였다.
이어서는 오빠 준우와 심부름에 나서기도 했다. 코스는 이러했다. 세탁소에 아빠의 옷을 맡긴 뒤 야채가게에 들러 할아버지의 사과와 토마토를 사고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4종류의 아이스크림을 사는 것. 처음엔 가기 싫다며 인상 쓰던 준우는 막상 동생과 함께 나가자 책임감이 느껴지는 듯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서우 역시 그런 오빠의 곁에서 야무지게 심부름을 수행했다.
특히 이날 놀라움을 자아낸 것은 두 남매의 선행. 모든 심부름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던 준우는 우연히 길거리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다. 이후 지갑을 들고 망설임 없이 경찰서로 향하는 준우의 모습에 제작진이 당황할 정도. 어른이라 할지라도 선뜻 나서기 번거로운 일임에도 당연한 듯 행동하는 준우의 모습이 의젓했다.
그런가하면 하준은 바람직한 효자의 표본이었다. 그는 엄마가 감기몸살에 걸려 매일 함께하던 등굣길을 혼자 가야하는 상황에도 “혼자 가면 돼요. 별 거 아니에요”라며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학교에서 돌아온 뒤에는 태권도장에서 받아온 효도 쿠폰을 통해 안마부터 신발 정리까지 온갖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리고는 효도 쿠폰을 쓰려는 이유에 대해 “엄마 아빠가 행복한 게 좋다”라는 사랑스러운 말로 아빠 정태우는 물론, 시청자들마저 ‘아빠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이처럼 ‘오마베’는 단순히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뿐만 아니라, 어른으로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아이들의 행동까지 보여주며 새로운 지침서로 떠오르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소중한 것을 아낄 줄 아는 아이들의 태도는 어른들도 배워야하지 않을까. / jsy901104@osen.co.kr
[사진] ‘오마베’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