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화'에서 갈아탔어요."
요즘 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극본 이희명, 연출 백수찬) 관련 게시판을 보다보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댓글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녀 공심이'는 소폭이긴 하나 거의 매회 시청률 상승 효과를 얻고 있다. 반면 2회만에 20%를 돌파하며 사극 거장 이병훈의 힘을 보여주나 했던 MBC '옥중화'는 16~17%대를 유지하며 불안한 동시간대 1위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시청률만 놓고 봤을 때는 당연히 '옥중화'의 승리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미녀 공심이'에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반면, '옥중화'에는 지루하다, 산만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옥중화'를 보다가 '미녀 공심이'를 본다는 시청자들도 늘어가고 있는 것. 대체 이유가 뭘까.
'미녀 공심이'는 '미스터Q', '토마토', '명랑소녀 성공기', '옥탑방 왕세자', '냄새를 보는 소녀' 등을 집필했던 이희명 작가의 신작이긴 하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기대작은 아니었다. 지금껏 많이 봐왔던 스토리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이다 보니 선방을 하더라도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연 '미녀 공심이'는 뭔가 달랐다. 변호사와 재벌, 출생의 비밀, 기억 상실, 남다른 능력 등 그간의 드라마 속에서 많이 봐왔던 소재들이 가득하고, 어찌보면 결말이 뻔히 보인다 싶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매력이 다분한 드라마였다.
잘난 언니 공미(서효림 분)과 늘 비교당하는 공심(민아 분)은 취업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가 생겼고 이 때문에 클레오파트라를 연상케 하는 똑단발 가발을 쓰고 다닌다. 외모는 물론 내세울 것 없는 스펙 때문에 자존감도 낮다. 이런 공심의 모습은 현재의 취준생은 물론 이같은 삶을 살았던 청춘들에게 "딱 내 얘기"라는 공감을 심어줬다.
그러나 공심은 이대로 주저 앉아 있지만은 않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갑질을 하는 사모에게 고소를 하겠다고 달려들기도 하고, 외모 비하를 하는 면접관에게 "그러니까 개저씨 소리를 듣는거다"라는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이같은 공심의 일격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과 큰 위로를 선사했다.
뭐니뭐니해도 '미녀 공심이'의 백미는 능글능글 잔망미를 간직한 단태(남궁민 분)와 공심의 티격태격하는 러브 스토리인데, "내 눈엔 너무 예쁜 그녀"라며 훅 치고 들어오는 단태의 사랑법은 여심을 마구마구 흔들어놓고 있다. 여기에 매회 등장하는 시트콤보다 더 웃긴 두 사람의 코믹한 상황이나 대사, 표정 등은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만든다. 특히 지난 5회 방송에서는 공심과 준수(온주완 분)가 영화 데이트를 간 뒤 질투하는 단태의 모습이 이어지면서 더욱 흥미로워질 삼각관계를 기대케 만들었다.
남궁민과 민아, 온주완, 서효림 등 출연자들의 케미스트리 역시 기대 이상. 남궁민은 탁월한 표정, 눈빛 연기로 진지와 귀여움을 오가는 안단태를 제 옷 입은 듯 연기하고 있고, 민아 역시 귀엽고 사랑스러운 공심을 완성해내고 있다. 온주완과 서효림 역시 캐릭터에 완벽 빙의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첫 방송부터 제대로 입소문을 타며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미녀 공심이'가 지금의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가며 짠내나던 SBS 주말극에 단비를 내려줄 수 있을까. 설렘 폭발하는 로맨스와 출생의 비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미녀 공심이'의 선전에 기대가 쏠린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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