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의 이름 앞에는 '단짠'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tvN '또 오해영'에서 그가 맡은 주인공 오해영은 씩씩하고 유쾌한 사람이지만, 드라마 초반 결혼 하루 전 예비남편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이래 9회 방송을 앞둔 지금까지 눈물 마를 날이 없는 비운의 여주인공이기도 하다. 새로운 사랑 앞에 신이 나 춤을 추다가도 또 다시 상처 받고 눈물짓는 그의 모습은 달면서도 짜다.
시청자들은 이런 아이러니하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울다가도 우는 게 인생 아닌가. 그리고 서현진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녹이는 감성 연기와 배꼽을 잡게 하는 코미디 연기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며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으로서의 몫을 200% 해내고 있다.
지금은 '단짠 로코퀸' 오해영이지만, 서현진이 이 자리를 얻는 과정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걸그룹 밀크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것이 무려 2001년. 하지만 밀크는 오래 살아남지 못했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서현진은 이후 대학에 진학해 실용음악을 전공하며 가수의 꿈을 이어갔다.
이후 뮤지컬을 통해 연기의 맛을 알게 된 그는 배우로 전향했고, MBC 주말드라마 '신들의 만찬'에서 주인공 성유리를 괴롭히는 악녀로 서브 주연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서현진의 악녀 연기는 뛰어났다. 그 때문일까? 이후 그는 MBC '불의 여신 정이'에서도 악역을 맡아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미움을 톡톡히(?) 받았다.
서현진이 '로코퀸'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드라마는 tvN '삼총사'와 '식샤를 합시다2'였다. '삼총사'는 시청률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던 드라마지만, 주인공 소현세자 이진욱과 그의 아내 강빈 서현진의 알콩달콩한 '밀당'이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이어 '식샤를 합시다2'에서는 '먹방'을 누구보다 멋지게 선보이는 여주인공 백수지 역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백수지는 어떻게 보면 지금의 오해영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수더분하고 털털한 인물. 그간 주로 단아하고 똑부러지는 역할만 맡아온 서현진은 이 드라마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편안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로 인해 이 때까지 어떤 역이든 곧잘해왔던 서현진은 자신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할 수 있었고, 대중적인 인기도 얻게 됐다.
요즘의 서현진은 '로코퀸'이라는 수식어가 누구보다 어울린다. 90년대 김희선, 김정은 등에서부터 최근 공효진, 정유미, 황정음 등으로 이어져왔던 '로코퀸' 타이틀을 이어받게 된 모양새. 남은 것은 이제 반환점을 돈 '또 오해영'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이다. 이 '단짠 로코퀸'이 선보일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감을 모은다. /eujenej@osen.co.kr
[사진] '또 오해영', '불의 여신 정이'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