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대가’ 이병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이점 때문에 일단 믿고 본다는 신뢰와 안정감은 있지만, 어쩐지 과거의 작품들과 달리 시청욕구를 높이는 몰입도는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극본 최완규, 연출 이병훈 최정규) 얘기다.
지난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옥중화’는 감옥에서 태어난 천재 소녀 옥녀와 조선상단의 미스터리한 남자인 윤태원의 어드벤처 사극을 표방한다. 전옥서에서 나고 자란 옥녀가 출생의 한계를 극복하고 조선을 대표하는 여자 영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것.
감옥이라는 환경에서 자란 옥녀는 경국대전을 읊는 풍부한 지식과 화려한 무술실력까지 갖춘 만능의 재주꾼이다. 특별한 인연을 맺은 윤태원과의 달달한 로맨스도 옥녀의 성장과 함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아직 전체의 1/5만 진행됐기에 섣부른 판단일 수 있겠으나 벌써부터 결말이 읽힌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온다. 기구한 운명으로 태어난 옥녀가 살인 누명부터 온갖 역경을 극복하면서 무공을 익히고, 나중엔 고수가 된다. 이후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몬 사람들에게 복수를 함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방송된 10회에서는 문정왕후(김미숙 분)가 박태수(전광렬 분)를 죽인 범인이 옥녀(진세연 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모습이 대미를 장식했다. 진범인 윤원형(정준호 분)과 옥녀의 갈등의 골이 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이병훈 감독은 ‘허준’ ‘대장금’ ‘이산’ ‘동의’ ‘마의’ 등을 연출하며 ‘사극=이병훈’이란 공식을 만들었다. 일종의 사극 연출 노하우를 축적한 셈이다. 그러나 더딘 전개와 식상한 줄거리로 흥미를 떨어뜨리고 있는 ‘옥중화’는 힘들인 노력에 비해 맛이 감소된 느낌이다.
전옥서라는 세트가 동원돼 여러모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지만 옥녀 역을 맡은 진세연의 설익은 대사 톤, 변화의 폭이 좁은 표정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수정과 보완을 해나가야 작품성도 크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옥중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