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9년차다. 지난 2008년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어느덧 방송국을 대표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됐다. ‘스타들이 만약 가상으로 결혼을 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마치 스타들의 연애생활을 들여다보는 기분을 느끼게 하며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설렘은 곧 텔레비전을 보고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는 건 그만큼 그 커플에 몰입했다는 증거다. 가끔 시청자들은 묻는다. ‘우결’에 대본이 있느냐고. 어쨌든 실제로 결혼한 부부가 아닌 가상으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다 보니 드라마 속 세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 않냐고. 이에 새롭게 프로그램 연출을 맡게 된 최윤정 PD를 만나 속 시원하게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시간이 벌써 9년이 흐른 만큼 ‘우결’에서 다뤄진 에피소드도 상당하다. 회마다 이 많은 에피소드는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여기서 더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야 할 부담감도 있을 터. 작가들이 고생이 많을 것 같다는 말에 최 PD는 모두 출연진들의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저희가 하는 작업은 출연자들이 하고 싶은 위시리스트를 아이템화하는 것이죠. 만약 한 출연자가 ‘이게 하고 싶어요’라고 하면 저희는 장소 섭외를 도와준다거나 스케줄을 짠다거나 서포트 해주는 정도예요. 그래서 에피소드는 저희 머리에서 나온다기보다는 섭외단계에서 출연진들과 나눴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하는 거죠. 실제로 촬영하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그런 걸 관찰하는 프로그램이고 흥미로운 일이 많죠. 쉽게 말하자면, ‘우결’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출연진들이 결혼하면 하고 싶었던 로망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연출자 입장에서는 좋은 출연자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죠.”
리얼리티이면서 드라마를 보는 듯한 혼란을 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마치 드라마 속 연인처럼 사랑스럽지만, 그래도 포인트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것. ‘우결’을 보는 시청자들이 가장 많은 궁금증을 품고 있는 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은 어디까지가 제작진들이 개입할지가 아닐까.
“대본은 없습니다. 이 질문은 출연진분들이 사전미팅에서 공식질문처럼 다들 꼭 물어보시는 질문이에요. 그들이 하고 싶다고 밝혔던 걸 아이템으로 잡아서 촬영에 들어가는 거죠. 저희는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고, 상황이 펼쳐지면 출연진들은 상황에 몸을 맡겨서 행동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본 여부만큼이나 출연진들 역시 궁금해 하는 질문이 또 있다고. 정말로 사전에 자신의 짝이 누구인지 모르고 만나느냐는 것. 외부로부터 사전에 알려지는 경우 김이 빠지겠지만, 최대한 처음부터 출연진들의 감정을 극대화해 담으려고 제작진들은 보안에 총력을 기울인다.
“진짜 모르는 상태로 만납니다. 저희는 그래서 첫 느낌에 상대가 마음에 안 들어도 촬영에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인지를 물어보죠. 상상은 하고 오지만 절대 제작진 측에선 얘기를 안 해주기 때문에 그들도 궁금하더라고요. 사실 마음에 안 들어서 촬영이 제대로 안 되면 어떡하지 싶어서 저희도 걱정돼요.(웃음) 이처럼 ‘우결’에서는 블라인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가장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합류한 새 커플들도 실제로 모르고 나왔다가 진짜 리얼한 반응을 보여 흥미로웠어요. 표정에 다 보이더라고요. 만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둘이서 만들어가는 거예요.” / besodam@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