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최된 제69회 칸 영화제에는 다섯 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돼 한국 관객들의 기대감을 모았다. 그 중에서도 '아가씨'는 '칸의 총아'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경쟁 부문 진출작이라는 점, '곡성'은 한국에서 이미 흥행에 성공하며 '수작'으로 인정 받았다는 점 때문에 동시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칸 영화제가 아니더라도 박찬욱 감독과 나홍진 감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연이 깊었던 선후배로 알려져 있다. 신인 시절부터 나홍진 감독의 재능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했던 이가 박찬욱 감독이라는 전언.
박찬욱 감독은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나홍진 감독은 징글징글하다는 평을 받았다. 감독님도 마찬가지라더라. 더 지독하다던데?"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나홍진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민다"고 고개를 저어 웃음을 줬다.
그는 "이 영화가 사극이고, 그런 것에 비해 68회 촬영이면 상당히 빨리 찍은 편이다. 12시간 촬영도 꼬박꼬박 지키면서 했다"고 자신의 변호(?)하며 "징글징글하게 찍으면 100회 넘게 찍어야 한다. 정말 징글징글한 감독을 못 만나봐서 하는 소리"라고 말해 다시 한 번 웃음을 줬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이 지휘하는 현장은 꼼꼼하고 완벽하게 준비가 돼 있기로 유명하다.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박찬욱의 여인' 김태리는 "'아가씨' 팀이 너무 좋았던 건 배우가 필요한 걸 다 섭외해서 만들어 준다. 나는 아기 다루는 법을 배웠다. 일본어는 말할 것도 없고 체계적으로 준비가 다 돼 있었고, 외적인 부분, 예를 들어 태닝 같은 것도 '아가씨' 팀에서 정리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런 것을 알아서 하지 않아도 돼 부담을 덜었다. 가르쳐주면 배우면 되더라"고 증언했다.
감독으로서 박찬욱 감독이 갖고 있는 목표는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이나 세계적인 감독이 되는 것을 넘어선다. "다음 세대에서도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 그래서인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의 수상 불발은 그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그는 "영화가 제작비는 많이 들고 '19세'고 그래서 염려가 좀 있다. 손해를 끼치면 안될텐데..그런 걱정이 크다"며 현실적인 염려를 드러냈다. 그마저도 176개국에 판매되며 부담을 많이 덜었다. 박찬욱 감독의 가장 상업적인 영화 '아가씨'가 실제 관객들의 지지를 받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