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갔다. 공동묘지 옆 숙소에서 살다가 국민 그룹이 된 god의 추억 덕분이다. 젝스키스랑 같이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손호영과 god다.
손호영은 30일 오후에 생방송으로 진행된 SBS 파워FM '김창렬의 올드스쿨-월요일 월요일은 추억이다'에 게스트로 나왔다. 그는 "중학생 아이를 만났는데 절 모르더라"는 말로 유쾌하게 오프닝을 열었다.
김창렬은 "하긴 요즘은 젝스키스가 대세"라고 거들었다. 손호영은 "젝스키스 요즘 괜찮더라. 모인 모습을 보니까 나 역시 찡했다. 결성되는 과정도 봤는데 고지용까지 오랜만에 보니까 뭉클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손호영이 god로 활동하던 때의 에피소드가 청취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god가 살았던 예전 숙소 옆에 산이 있었다. 가족 묘로 여러 무덤을 만들어 놓으셨다. 처음엔 무서웠는데 나중엔 산책가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god의 데뷔 초 숙소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배가 고파서 옥수수를 서리해서 먹고 물이 안 나와 근처 병원에 가서 세수를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다섯 멤버가 부둥켜 안고 같이 살았다.
손호영은 "그땐 정말 힘들었다. 지금 그런 환경에서 산다면 아마 병원에 가야 할 거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면 추억이다. 다만 다시 돌아가라면 가고 싶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렇게 힘든 시절을 버틴 god는 '육아일기'로 서서히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때 다섯 남자들이 키운 아이는 재민이. 손호영은 "재민이가 벌써 19살인가 20살이 됐다. 제가 항상 그 아이를 안고 있었다"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이 리얼리티와 2집 활동으로 빛을 본 god는 3집 '거짓말' 때 국민 그룹이 됐다. H.O.T, 젝스키스, 신화 등 쟁쟁한 아이돌 그룹들과 함께 가요계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그는 "3집이 성공하고 이사갔을 때 깨끗하고 사람 사는 곳이라서 불편하고 적응을 못했다. 벌레도 없어서 신기했다. 이사하면서 차도 바꿨는데 밴을 탈 때에 태우는 신발까지 벗고 탔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 이야기가 청취자들의 나른한 오후를 포근하게 감쌌다. 손호영과 함께 제대로 추억여행을 떠난 순간이었다. /comet568@osen.co.kr
[사진] '올드스쿨'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