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반가운 얼굴들이 모이니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행복해졌다. 매주 월요일 밤마다 불꽃 튀는 토론을 펼쳤던 '비정상회담'의 각국 대표 친구들이 100회 특집을 맞아 신(新), 구(舊) 가릴 것 없이 한 자리에 모였다. 어수선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친근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방송은 초창기부터 '비정상회담'을 봐왔던 시청자들에게는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았다.
지난 30일 오후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100회를 맞아 그간 이 프로그램을 빛내 준 외국인 패널들, 즉 G(지들, 혹은 Global)라 불리는 멤버 18명이 모두 함께 했다. 특히 현재 방송에서 하차한 벨기에 줄리안이나 프랑스 로빈, 호주 블레어, 네팔 수잔, 영국 제임스, 일본 타쿠야, 러시아 일리야 등의 모습이 반가움을 안겼다.
시작은 역시나 옛 멤버들의 근황을 묻는 것으로 채워졌다. 제임스는 호주에서 황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고, 줄리안은 유럽 연합에서 환경 보호 관련 영상을 제작하며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일리야는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고, 타쿠야는 오는 6월 일본에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었다.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기 전 G18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코너를 통해 회포를 풀었다. '180도 변한 멤버가 있다', '이미지 메이킹이 심하다 싶은 멤버가 있다', '라이벌 의식을 느낀 멤버가 있다', '이 자리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눈물나게 고마운 멤버가 있다' 등의 질문이 주어지고, G18은 여기에 대해 늘 그렇듯 '예, 아니오'로 대답하는 식이었다.
웃음이 빵빵 터지는 폭로전이 시작됐다. '비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이리저리 서로 친분을 쌓아왔던 이들은 그만큼 서로에 대해서 할 말이 많았다. 많이 변한 멤버로 꼽힌 이는 역시 장위안이었다. 장위안은 처음에는 늘 "중국이 최고"라던 태도를 버리고 다른 나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대성을 받아주는 포용력 있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멤버로는 다니엘과 일리야가 대표적이었다. 특히 알베르토는 "다니엘이 (원래는) 재밌다. 장난꾸러기 스타일이다"라며 그가 일부러 재미가 없는 지식인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다니엘은 깨끗하게 인정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비정상회담' 하면 빠질 수 없는 불꽃 토론도 펼쳐졌다. 토론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 온 타일러와 일리야가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건 러시아다, 미국이다'를 놓고 토론했다. 앞서 일리야는 타일라의 '토론 잘하는 이미지'에 대해 "어휘를 고급스럽게 써서 그렇지 토론은 못한다"고 돌직구를 날렸던 만큼, 타일러와 대등한 상황에서 토론을 이끌어 나가 눈길을 끌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나 시리아 문제 등이 거론된 이 토론은 두 멤버의 끝없는 열정 때문에 결론없이 끝났다.
훈훈한 시간도 준비됐다. 서로에게 눈물나게 고마운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 나왔고, '비정상회담' 멤버들은 각기 서로의 미담을 공개해 의외의 매력을 선보였다. 특히 고집쟁이 장위안이 의외의 의리로 멤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타일러는 "나는 일하는데 공과 사의 구분이 있다. 공적인 걸 (사적인 것도 함께) 할 때 이해를 못할 때가 있었고 그 때 주변에서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사람이 장위안이었다. 고마웠다"고 말해 어느새 100회를 달려오며 깊어진 이들의 우정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처음으로 뭉친 G18는 여느 때보다 꽉 찬 방송을 만들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G18 모두가 다 함께 '비정상회담'에 출연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 '어벤져스' 못지 않게 재밌는 캐릭터가 많은 '비정상회담'의 다음회를 기대해 본다. /eujenej@osen.co.kr
[사진] '비정상회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