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민수는 죽음마저 강렬했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극을 휘어잡았던 최민수가 끝까지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최민수인지라 이 같은 죽음 하차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최민수는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에서 숙종 역을 맡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숙종을 완성했다. 이 드라마는 왕의 아들인 대길(장근석 분)과 그의 아우 연잉군(훗날 영조/여진구 분)의 짜릿한 한 판 대결을 그리고 있는 팩션 사극으로, 이들은 뒤에서 세상을 호령하려하는 악인 이인좌(전광렬 분)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숙종은 그간 사극에서 우유부단한 사랑꾼으로만 해석되어 왔었다. 하지만 이번 '대박' 속 최민수가 완성한 숙종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그는 대길과 연잉군의 아버지이기보다는 나라를 이끌어가야하는 카리스마 군주로서 매회 극을 쥐락펴락했다.
눈빛 하나, 숨 소리 하나만으로도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화면 장악력과 남성적인 매력을 뽐냈다. 최민수만 등장했다 하면 극적 몰입도가 순간적으로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감탄이 절로 터져나왔다.
또 회를 거듭할수록 악화되어가는 병세를 표현하기 위해 기침을 하거나 목소리를 바꾸는 등 최민수는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인물이 처해있는 상황이나 감정을 모두 계산해낸, 그의 뛰어난 캐릭터 분석력은 역시 '믿고 보는 배우'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이는 지난 30일 방송된 19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연령군이 이인좌의 손에 죽고 정치판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 가운데, 죽음을 코 앞에 둔 숙종은 처음으로 대길을 "영수"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는 대길과 연잉군 모두에게 아버지로서 조언을 건네 뭉클함을 더했다. 그가 연잉군에게 "항상 몸가짐을 정갈히 하라"고 말한 뒤 하늘을 바라보며 "참으로 한 순간이구나"라고 말하는 장면은 최민수의 묵직한 연기 내공을 통해 더욱 깊은 여운을 남겼다.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존재만으로도 든든했던 최민수. 그의 퇴장이 '대박'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까. 이제 종영까지 5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대박'에 또 하나의 숙제가 생겼다. /parkjy@osen.co.kr
[사진] '대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