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짝을 찾지 못한 딸들을 위해 엄마가 대신 소개팅을 한다? 신선하지만 재미로 이어질 지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었다. 이 같은 우려를 껴안고 첫 방송된 ‘엄마야’는 연애 예능 명가인 SBS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서 빛났던 것은 단순히 오고 가는 사랑의 작대기를 바라보는 재미만이 아니었다. 평생을 함께한 모녀가 모르는 구석들을 찾아나가며 느끼는 신기함과 감동이야말로 ‘엄마야’의 백미였다.
지난 31일 방송된 SBS ‘대타 맞선 프로젝트 엄마야’에서는 딸들을 대신해 소개팅에 나선 네 명의 엄마와 맞선남들의 소개팅 현장이 공개됐다. 남녀가 이름을 숨긴 채 합숙하며 사랑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짝’ 이후 SBS가 내놓은 커플 매칭 프로그램의 야심찬 시작이었다.
방송 전부터 알려졌던대로 시카고, 인천, 문경, 대구에서 온 네 명의 엄마들이 딸들 대신 맞선남들을 만났다. 남자들에게는 소개팅의 기본과도 같은 은근한 탐색전 대신 신랄한 돌직구 질문들이 쏟아졌다. 셀프 카메라와 실시간 중계를 통해 공개된 남자들의 일상과 집을 엄마들은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시선으로만 남자들을 지켜봤던 엄마들은 소개팅이 진행될수록 딸의 입장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딸이 평소 이러한 것들을 좋아했으니, 이 남자를 좋아하겠거니 하는 마음이었다. 엄마들의 생각은 대부분 딸과 이심전심으로 떨어졌지만, 30년 가까이를 한 집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았던 모녀라도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첫인상 선택에서 완벽히 엇갈린 결과가 이를 방증했다. 거울을 보는 듯 똑같을 줄만 알았던 네 모녀는 방송을 통해 몰랐던 점들을 공부해갔다.
팔불출 엄마들의 딸 자랑도 언뜻 민망할 수 있지만 감동을 주는 대목이었다. 평소 엄마가 겸연쩍어 딸에게 말하지 못했던 칭찬들을 하나둘씩 꺼내 놓는 모습과 손사레를 치면서도 이를 듣고 있는 딸들의 모습은 괜한 뭉클함을 줬다.
이날 최종적으로 커플 성사에는 실패했지만, 문경 모녀야말로 제대로 가족애를 북돋고 돌아갔다. 서른 한 살 딸에게 2017년 12월 25일자로 찍힌 청첩장을 들이대며 결혼을 종용하던 문경 엄마의 모습은 사실 강요로 느껴질 만큼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1:1 데이트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딸을 보며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며 미안해하는 엄마의 모습은 “서른 셋이면 끝났다”던 강한 말투와는 전혀 달랐다.
문경 엄마는 “다른 엄마들은 선생님이고 한데 저는 식당을 한다”며 “직업이라든지, 엄마가 혼자였다는 것, 이런 단점들이 딸에게 피해를 준 것 같다”며 자책했다. 그러면서 딸에게 “미안하다”고 속삭이는 문경 엄마는 딸 앞에서 가장 냉정하면서도 냉정할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을 보여줬다.
“내가 키우면서도 모르는 것도 있네”. 결국 엄마가 시종일관 탐내던 맞선남의 구애를 거절한 딸에게 그가 건넨 마지막 말이었다. 그리고는 “마음에 안 들어도 아무나 데려와. 결혼 시켜줄 테니까”라고 말하는 엄마와 끄덕이는 딸. 영원히 서로의 편일 모녀는 그렇게 몰랐던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엄마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