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양세형을 다시 전성기로 끌어올려준 계기가 있다. 지난 2월 3일, 10일 무려 2주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부터다. 당시 양세형은 입담꾼들 박나래, 장도연 그리고 동생 양세찬과 함께 레전드 방송을 만들었다.
‘라디오스타’에서 2부까지 급 녹화를 진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만큼 녹화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는 것. 앞서 연출을 맡은 황교진 PD는 당시 상황에 대해 방송처럼 녹화가 되고 있어 조연출들도 다 내려왔으며 현장 판단으로 2부까지 녹화를 진행했다고 전했던 바. 양세형은 자세한 상황은 몰랐다는 듯 “‘원래 웃으면서 하는구나’ 했다. 분위기도 좋고 제작진들의 리액션도 좋으셔서 역시 인기 있는 방송은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며 웃음 지었다.
‘라디오스타’는 양세형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다. 마음의 고향인 tvN ‘코미디빅리그’가 그의 복귀를 알린 방송이었다면, ‘라디오스타’는 2년 만에 다시 찾은 전성기의 시작을 열어준 방송이다. 고마움을 넘어 은인이라고 표현한 양세형은 “덕분에 그 이후로 하나두개씩 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당시 녹화가 끝난 후 양세형은 김구라가 건네준 50만 원을 들고 박나래, 장도연, 양세찬과 회식을 했다. 매니저도 집에 보내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 고깃집에서 소고기를 먹었다고. 그때 나눴던 이야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라디오스타’에 나온 건 우리끼리가 아니다. 우리가 망하면 다른 개그맨들도 못 들어온다. 같이 짊어지고 가는 거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녹화에 임한 자세가 그 누구보다도 뜨겁고 열정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같은 말들이 입증한다. 개그맨을 대표해서 나갔다고 생각했으니 어떻게 지칠 수 있었을까.
이유는 자칫 자신들이 잘못하면 다른 동료 개그맨들이 피해를 볼 것을 염려했던 것. 양세형은 “개그맨 중 웃긴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두 가지로 나뉜다. 방송에서 재밌는 사람과 사적인 자리에서 재밌는 사람이 있다. 랭킹을 꼽으면 세 손가락은 사적으로 웃기는 친구들인데 그걸 뛰어넘으면 진짜 대단한 분들이 나온다. 우리 네 명처럼 할 수 있는 개그맨들은 많다”며 동료들의 재능을 치켜세웠다.
개그맨에게는 웃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 있다. 1년 365일 사람을 웃기는 것이 직업이 아닌가. 안 좋은 일을 당했어도 관객과의 약속,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대에 올라 웃음을 줬다던 짠한 일화들은 많다.
웃기는 것에 대한 압박감에 대해서는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을 비유로 들었다. 그는 “물론 모든 직업군이 다 노력하지만, 개그맨들은 웃기는 직업이라 웃기는 자리에서 더 웃겨야 하는 압박감이 있다”며 “예를 들면 ‘복면가왕’ 느낌이다. 모든 직업군이 모이는 자리에서 가수가 나왔을 때 비가수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느낌의 부담감을 느끼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양세형은 ‘라디오스타’ 방송을 통해 개그맨들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녹화 전 MC들이 건넨 ‘욕을 해도 되니 편하게 하라’는 말에 긴장을 풀고, 옆자리를 든든히 지켜준 동료들이 있어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공을 돌렸다. / besodam@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