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가 되는 경로는 두 가지로 나뉜다. 가끔 설명은 되지 않지만 상승기류를 타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빵 터지는 경우도 있고, 노력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결실을 맺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개그맨 양세형(30)의 경우에는 후자에 가깝다.
양세형은 원래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장난꾸러기’였다. 어려서부터 동생 양세찬과 함께 동네에서 나름 제일 웃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을 정도로 장난기가 다분했다고. 지금도 소위 꾼들인 개그맨 동료를 대상으로 장난을 치는 걸 보면 천생 웃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같은 피를 물려받은 양세찬 형제까지 두 사람을 함께 보고 있자면, 과연 역시 타고난 예능감이라는 것이 있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
“제가 생각했을 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것이라도 하나쯤은 다 타고나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타고난 상태로 유지한 사람도 있고 습득하는 과정, 즉 노력으로 아예 내 걸로 만드는 사람도 있는 거겠죠. 저희 형제도 타고 났다기보다는 사실 노력이 많이 포함돼 있어요.”
형제가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 계기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극장에 서면서 더 넓은 세상을 접하면서다. 충격은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이 일이 있어 지금의 양세형과 양세찬이 있을 수 있었다.
“사실 저도 동생도 처음에는 동네에서 제일 웃기다고 생각했었죠.(웃음) 하지만 극장에 와서 ‘진짜 내가 개그맨을 할 수 없겠다’, ‘레벨이 다르구나’ 등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 포기하면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지를 생각했어요. 연기 잘하는 사람들은 대학도 좋은데 나온 분들도 많고 깔려있고, 개인기도 두 말 할 것 없이 대단한 형들이 많았죠. 그렇다면 저는 아이디어를 짜는 걸로 살아남자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엄청 공부했죠.”
개그가 공부로 될 수 있다니, 신의 영역인 줄 알았던 것이 노력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에 귀가 쫑긋했다. 그의 노력은 대단했다. 정말 공부하듯이 재능을 발전시켜나갔다. 개그프로그램을 보면서 내용을 모두 암기하고, 영화와 만화책도 섭렵했다. 특히 만화책은 딱 2권까지만 봤다고. 캐릭터와 내용 전개의 틀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많이 습득하기 위해서다. 지하철의 첫 칸부터 끝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들도 관찰하다보니 밤을 새우는 것은 기본이었다고 한다. 이런 노력 외에도 더 많은 노력들이 숨겨져 있다고 그는 전했다.
“그렇게 해도 처음에는 코너를 엄청 많이 날렸죠. 물론 지금도 짠다고 다 잘되는 게 아니지만, 예전이랑 다른 점은 이젠 어떤 느낌으로 짜야하는지 공식 같은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이렇게 피나는 노력을 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늘 옆에는 동생 양세찬이 있었다. 인터뷰를 할 때도 늘 언급되는 것이 동생에 대한 질문. 같은 업종에 함께 임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까.
“정말 힘든 부분은 단 하나도 없어요. 좋은 점은 너무 많아요. 일단은 같이 일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서 힘든 일 있는데 친한 동료한테도 얘기하지 못한 건 가족이니까 얘기할 수 있고 힘이 돼요. 그리고 출퇴근이 시간 비슷하니까 맨날 같이 밥 먹는 것도 좋아요. 음식 취향도 비슷해요. 좋은 건 너무 많네요. (연애할 시간도 없겠는데요?) 맨날 붙어있는 건 아니에요. 그런 부분은 각자 알아서 해요.(웃음)”
그에게는 징크스가 있단다. 자신의 방송을 모니터하지 않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든다는 것이 그의 설명.
“예전에는 모니터링을 엄청 많이 했어요. 개그프로그램에 나오는 제 모습은 아직도 호흡, 시선처리, 발음을 많이 보는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제가 나오는 건 안 봐요. 제가 안 나오는 건 되게 많이 보고요. 어떤 치밀한 작전 같은 건 아니고 제가 나오는 걸 보면 스스로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편집 당하거나 ‘이렇게 해야했는데’라며 아쉬움이 남아서 결국에는 주눅이 들더라고요. 어느 순간 녹화장에서 말이 없는 절 발견했고 제 캐릭터를 잃어버리게 돼 가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제가 나온 걸 안 보니까 스스로가 연예인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냥 동네 형들이랑 얘기하러 가는 거고, 놀러가는 거 같아서 편안해졌어요.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도 없어지는 것 같고요. 편집에 대한 압박감을 내려놓은 것에 플러스로 방송에 못나가더라도 현장 분위기를 올리면서 다른 사람들을 으쌰으쌰 해줄 수 있게라도 하자는 마음이 생겼죠.”
대세의 기류에 올랐다. 웃음의 타율도 높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했던가. 양세형은 그 점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동요되지 않은 차분한 이성도 가졌다.
“제 목표요? 저는 그냥 동네에서 세 번째 재밌는 사람이요. 편안한 그런 느낌으로요. 연예인으로서가 아닌 동네 친구 같이 편안한 사람이 되는 게 목표예요.” / besodam@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