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에서 점수차가 크게 뒤진 상황에서 야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는 가끔 있다. 투수 소모도 줄이고, 팬들에게 볼거리를 주는 차원이다.
그러나 최고 96마일(154.5㎞)의 빠른 공을 던지는 야수의 등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날 '야수 등판 역사'에 크리스찬 베탄코트(25·샌디에이고)라는 파이어볼러가 등장했다. 최고 96마일의 빠른 공을 던지며 팬들과 동료들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5회까지만 16점을 내주며 마운드가 완전히 무너진 샌디에이고는 8회 수비에서 포수인 베탄코트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날 베탄코트는 포수로 선발 출장했고, 경기 중반에는 좌익수로 자리를 옮겨 경기를 치르다 8회에는 급기야 마운드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포수 출신이라 어깨는 어느 정도 강할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베탄코트는 예사롭지 않은 강속구를 던졌다. 선두 로메로에게 던진 초구는 92마일이었고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6구째 공은 무려 96마일이 나왔다.
물론 제구가 잘 되지 않아 높게 들어가는 경향이 있어 클레벤저에게 볼넷을 내줬다. 다만 사디나스에게도 93마일의 공을 던져 좌익수 뜬공을 잡아냈다. 아오키에게 다시 볼넷을 내준 베탄코트는 스미스의 타석 때는 54마일(87㎞)의 커브성 변화구를 던져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베탄코트는 다시 던진 회심의 커브가 스미스의 오른 다리를 맞히며 만루 위기를 허용했다. 그 후 또 다른 야수인 알렉세이 라미레스로 교체됐고, 베탄코트는 2루로 자리를 옮기며 이날 네 번째 포지션을 소화했다.
한 경기에서 투수, 포수, 2루수, 좌익수를 모두 소화한 것은 MLB 역사상 베탄코트가 5번째다. 가장 근래에는 2000년에 있었고 16년 만에 진기한 기록이 나왔다. 팀은 크게 졌지만 개인적으로는 잊기 어려운 하루였을 법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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