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보감’이 이토록 섬뜩한 드라마인 줄 몰랐다. 그저 판타지 사극인 줄 알았는데, 보는 동안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순간이 꽤 있다. 그야말로 여름에 딱 어울리는 드라마다.
JTBC 금토드라마 ‘마녀보감’은 저주 때문에 마녀가 된 비운의 공주 서리(김새론 분)와 청춘 허준(윤시윤 분)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판타지 사극이다. 그간 우리가 알고 있던 허준을 새로운 시선으로 그린 것은 물론 사극에 처음 도전하는 윤시윤과 김새론의 호흡으로 기대를 모은 이 드라마는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이 꽤 흥미로웠다.
‘마녀보감’에서 본격적으로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사건이 홍주(염정아 분)의 흑마술인데 첫 회에 그려진 홍주의 흑마술과 해란(정인선 분)의 저주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했다. 불을 끄고 어두운 곳에서 ‘마녀보감’을 보면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까지 들게 할 정도로 무겁고 무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홍주의 흑주술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해란의 태중 아기를 중전 심씨(장희진 분)에게 옮긴 것. 또한 해란은 이를 알고 홍주의 목덜미를 잡고 저주를 쏟아내는 장면은 섬뜩했다. 이어 심씨가 해란을 칼로 찌르고 해란이 심씨에게도 저주를 퍼붓는 장면도 그러했다.
이뿐 아니라 해란이 흑주술에 걸렸을 때 공중에 떠서 몸부림치고 그러다 손톱이 부러져 피가 나는 장면은 영화 ‘엑소시스트’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이 장면은 서리가 저주가 발현됐을 때 또 나왔는데 서리도 공중에서 몸부림치고 이리 저리 끌려 다니다 손톱이 부러져 피를 흘리는 장면이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했다.
스토리뿐 아니라 배우들의 묵직하고 소름끼치는 연기가 ‘마녀보감’을 더욱 무섭게 만들었다. 정인선은 첫 회에서 저주를 퍼붓는 장면에서 ‘미친 연기력’으로 브라운관을 장악했고 염정아는 만수대탁굿 장면에서 마치 실제 무당이 굿하는 걸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빙의된 듯한 연기를 펼쳤는데 섬뜩할 만큼 리얼했다.
어두운 화면 톤, 여기에 홍주가 흑주술을 부릴 때 괴기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검은 연기 같은 악령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 몫하고 있다.
‘마녀보감’이 단순한 판타지 사극이 아니었다. 여름에 어울리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부터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까지, ‘웰메이드 호러사극’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드라마인 듯하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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