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tvN 드라마‘시그널’ 하면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가 남았던 드라마다. ‘미생’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를 끌어내는 김원석 PD는 ‘성균관 스캔들’에서 다시 보기 힘든 잘금 4인방(송중기, 유아인, 박유천, 박민영)과 함께 작업했었다. 특히 김원석 PD는 송중기에 대해 남자다운 성격을 지닌 배우였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엄청난 원작의 팬을 가지고 있던 ‘성균관 스캔들’은 방송 전 미스 캐스팅 논란에 부딪혔다. 원작을 가진 드라마가 거쳐야할 필수 과정이었다. 당시 배우로 첫발을 내딛는 박유천을 주연으로 선택한 것부터 과감한 선택이었다. 김원석 PD의 모험이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성공이었다. 그리고 그런 인연은 ‘시그널’까지 이어졌다. 송중기는 ‘시그널' 촬영장에 커피차를 보내며 김원석 PD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줬다.
“당시에 미스 캐스팅 논란에서 벗어난 유일한 배우가 송중기다. 구용하의 이미지에 가장 가깝기도 했고 본인도 정말 열심히 했다. 송중기에 대해 기억에 남는 것은 얼굴은 미소년이지만 비겁한 것을 참지 못하고 남자다운 면이 많다. 반대로 유아인은 섬세하고 자상했다. 서로 반대되는 매력을 지닌 배우들을 잘 모았다. 박유천은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쳤던 만큼 힘든 현장에서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캐스팅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기 때문에 잘해도 제 탓 못해도 제 탓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그리고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이라는 훌륭한 입지를 다진 배우들과 만나서 ‘시그널’에서 작품을 하게 됐다. 김원석 PD는 단순히 최고의 배우들을 모은 것이 아니라 확실한 의도와 뜻을 가지고 배우들을 캐스팅 작업에 임했다.
“차수현 역은 카리스마 있는 배우가 하기를 원했다. 김혜수 선배님의 카리스마를 조금만 바꾸면 여형사의 카리스마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조진웅에 대해서도 독창적인 연기를 펼치는 배우다. 조진웅이 맡은 이재한이야말로 감정표현을 잘해야하는대 그런면에서 탁월하다. 이제훈이야 말할 필요도 없었다. 특히 조진웅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제가 직접 만나서 굉장한 설득 끝에 함께 하게 됐다”
배우나 스태프 모두 입을 모아 칭찬하는 것은 김원석 PD의 현장에서 디테일함이다. 말 그대로 서류 한 장, 양주병이나 배우의 움직임까지 무엇 하나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모두 미리 준비한다기 보다 현장에서 만들어낸 것이었다.
“대충 생각하고 현장에 간다. 미리 너무 많은 준비를 하고 가면 현장에서 생각을 안 한다. 촬영하면서 이 신이 지루하지 않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디테일을 쌓아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는 화면의 아름다움이나 미장센을 위해서 디테일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싶은 것이다. 상황을 만들어주고 ‘당신의 둘도 없는 연기를 원해요’라고 말한다. 그런 부담감이 있어야 배우도 연기를 잘한다”
김원석 PD는 정말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드라마와 사람을 사랑하고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드라마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마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므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다. 그래서 좋은 드라마는 공익적일 수밖에 없다. 저도 앞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를 만들 생각이다.”/pps2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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