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진행하던 DJ직을 내려놓고 맞이하는 첫 번째 월요일. 그럼에도 방송인 전현무의 삶은 여전히 바쁘고 또 바빴다. 잠깐의 시간을 내 SM 커뮤니케이션센터 SUM CAFE에서 만난 전현무는 습관처럼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고 말하며 복잡미묘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제는 '또 지각인가'라며 철렁 내려앉는 가슴을 부여잡을 필요도 없는데, 여전히 평일 오전에는 라디오 부스에 앉아 청취자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단다.
전현무는 지난 달 29일을 마지막으로 3년 간 진행해오던 MBC 라디오 '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에서 하차했다. 전현무의 후임 DJ로는 노홍철이 낙점돼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그간 라디오를 하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하는 전현무의 머리 속에는 온통 '무디', '굿모닝FM' 뿐이었다. 언젠가 다시 '무디'로 청취자들 앞에 돌아갈 날을 꿈꾸면서 말이다. 이런 전현무에게 '굿모닝FM'의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 DJ를 그만두고 맞이하는 첫 번째 월요일 아침인데 어땠나.
"너무 이상했다. 오늘은 일찍 안 일어나려고 했다. 3년 가까이 월요일 아침에 잠을 자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냥 눈이 떠졌다. 제가 원래 잠이 많아서 알람이 없으면 못 일어난다. 알람도 끄고, 암막커튼도 치고 잤는데 사람 몸이 참 이상한게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그 때가 오전 6시 50분이었는데, 심지어 '어? 네 번째 지각인가' 싶어서 순간의 공포를 느꼈다."
- 후임 DJ인 노홍철 첫 방송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라. 방송을 들어보니 어땠나.
"다 듣지는 못했고, 1시간 10분 정도 들었다. 솔직히 제가 예상했던 대로다. 다들 걱정도 하고, 저를 좋아해준 분들은 볼멘소리도 하셨는데 아마 열흘 안에 제대로 기반이 잡힐 것 같더라. 워낙 홍철이가 잘하니까 제가 그만뒀다고 해서 서운한 마음도 없을 것 같다. 제가 불안할 정도로 자리를 잘 잡을거라 생각한다. 첫 방송만 봐도 그 에너지만 유지하면 저의 빈자리는 전혀 없을 것 같더라. 워낙 흥이 많은 친구지 않나. 에너지가 정말 좋아서 아침에 잘 맞는데, 제가 보기엔 정말 완벽한 후임이라고 생각한다."
- 노홍철이 너무 잘하다 보면 되려 불안한 마음도 생길 것 같다.
"제가 빨리 잊혀질까봐 생기는 불안함이 있긴 하다. 하지만 홍철이가 자리를 잘 잡고, 또 저를 너무나 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다른 채널로 가서 선의의 경쟁을 할수도 있지 않나. 물론 제 마음 같아서는 MBC로 복귀를 하고 싶지만, 만약 갈 자리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 이제 그만둔 첫 날인데 벌써 돌아갈 생각을 하나.
"언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은 늘 하고 있다. 특정 지어 말할수는 없지만, 제가 방송 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사랑의 정도가 라디오는 굉장히 짙었다. 지금도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있다. 남자친구 잃은 것 같다, 우울증 걸릴 것 같다고 하시기도 하고, 심지어 정 떼려고 일주일 전부터 미리 안 듣겠다고도 하시더라. 확실히 저를 좋아해주셨던 것 같고, 애청자들을 위해 방송을 하는 것이라면 제가 힘들어도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 아침이 아닌 다른 시간대로 가야 한다면 원하는 시간대가 있나.
"출근길을 해봤으니 퇴근길도 해보고 싶다. 저는 직장인, 취준생, 학생. 어머니들을 위해 방송을 하고 싶은데 그 분들이 귀를 쫑긋 세울 때가 아침 아니면 저녁이다. 만약 한다면 퇴근 시간대에 하고 싶다. 퇴근길 '무디'도 괜찮을 것 같다."
-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지금도 믿기지 않는데, 공개방송을 4번 했다. 아침 7시, 평일 출근시간에 생방송으로 공개방송을 진행한다는 건 정말 무리수다. 첫 번째 공개방송은 한 겨울에 시청 5번 출구 앞에서 했는데 전 10명 올 줄 알았다. 아니면 흘깃 보고 지나가거나. 너무 불안해서 왜 하나 싶었다. 그런데 그 때 200명이 모였다. 심지어 오전 6시부터 자리 잡는다고 나와서는 추우니까 서로를 끌어안고 내내 서서 절 기다리고 있더라. 저는 제가 아이돌인 줄 알았다. 그런 모습을 보니 정말 미안하더라. 뭐 대단한거라고 이걸 보고 계시나 싶고. 그런데 제가 한 마디 할 때마다, 심지어 재미없는 뉴스나 광고를 읽을 때도 선망의 눈으로 봐주셨다. 꿈꾸는 줄 알았다. 그 때 기억이 너무 좋아서 이후에 해운대, 여의도, 석촌호수에서 세 번을 더 했다. 좋은 날씨도, 좋은 장소도 아니었는데 다들 정말 좋아해주셨다. 정말 '전현무의 라디오를 좋아하는구나'를 느끼게 됐다. 방송이 9시에 끝나면 저는 스케줄이 있어서 가야 하는데, 일일이 인사도 못하고 인증샷도 못 찍어드려서 죄송한데 다들 이해를 해주신다. '무디 빨리 가요'라고 하는데 천사들이 아닌가 싶더라. 그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 그렇게 직접 청취자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개방송을 할 때마다 감동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게릴라 콘서트를 하는 느낌이었다. 6시 40분에 현장에 가면 사람이 없을 거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평일 아침에 바쁜데 누가 와 있겠나 싶었다. 그런데 웅성웅성한다. 제가 등장하면 마치 엑소처럼 열렬히 좋아해주신다. 정말 놀랐고, 평생 잊지 못할 이벤트였다. 안아드림, 빠져드림, 찍어드림 등의 드림 시리즈였는데 모두 다 성공을 했었다."
- 감동도 감동이지만, 라디오를 하면서 자신감을 참 많이 얻었을 것 같다.
"맞다. 방송을 많이 하긴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자신감이 생기는 건 아니더라. 내가 하는 걸 좋아하나?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데, 라디오는 곧 죽어도, 모두가 다 욕해도 애청자들은 날 욕하지 않는다는 믿음 하나로 하는 것 같다. 든든한 지원군이고 천군만마같은 느낌이다. 소규모이긴 해도 전현무를 위한 결사대 같다. 물론 제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다르겠지만, 근거없는 비판이나 비난은 결사적으로 막아준다. 악플이 있으면 '무디 방송 들어보시고 얘기하시죠'라고 해주신다. 정말 든든하고 큰 힘이 된다."
- 애청자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죄송한 마음 뿐이다. 쓰러져도 계속 진행하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안 나오면 불쾌감만 드리게 될까봐 부득이하게 하차를 하게 됐다. 그러니 너무 서운해하지 마시고 부디 '무디' 잊지 않길 바란다. 정말 받은 것이 많은데, 제가 받은 사랑을 꼭 돌려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arkjy@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