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과 문소리가 존재감을 뽐내는 좋은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곡성'에서 무당 일광 역으로 짧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뽐낸 황정민에 이어 '아가씨'에서 특별출연이지만 잊혀지지 않는 인상적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문소리까지, 주연을 해도 아깝지 않은 두 배우의 열연이 시선을 모으고 있는 것.
황정민의 '곡성' 출연은 개봉 이후부터 연일 관객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히말라야', '국제시장' 등으로 원톱 주연의 면모까지 뽐냈던 황정민이 '곡성'에선 극 중반이 지나고서야 등장하기 때문.
게다가 그가 맡은 무당 일광은 중반부에 등장하긴 하지만 그 분량 역시 그리 크지 않아 많은 이들의 의아함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하지만 '곡성' 속 황정민의 연기를 본 이들이라면 이것이 괜한 걱정임을 제대로 알 수 있다. 비록 조연으로 '곡성'에 함께 했지만 황정민의 존재감은 주연 못지 않은 상황.
딸 효진(김환희 분)을 구하기 위해 시골 마을 곡성을 찾은 일광은 소름 돋는 통찰력은 물론, 효진을 위한 굿을 하기 시작한다. 이런 일광을 황정민은 진짜 무당이 된 듯한 신들린 연기력으로 '곡성'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황정민이 '곡성'에 조연으로 함께 했다면 문소리는 '아가씨'에 특별 출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문소리에 대한 인상은 특별 출연 그 이상.
문소리는 극 중 어린 시절의 히데코와 함께 등장, 히데코의 후견인(조진웅 분)의 아내로 출연해 정신적으로 피폐한 여성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낸다.
강압적인 후견인에게 시달리며 정서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문소리의 모습은 '아가씨'에서 박찬욱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성을 제대로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문소리와 너무나 작업해보고 싶었다던, 작은 역할이나마 함께 하고 싶었다던 박찬욱 감독의 문소리를 향한 애정이 괜한 것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