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감독 박찬욱 스스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진지하지만 아집을 부리지 않는, 머리가 하얗게 샜지만 새로운 것에 뒤쳐지지 않는 반전이 그를 대변했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7년 만에 한국 영화로 복귀하는 소감과 영화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우선 그는 7년 만에 복귀한 소감에 대해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 지에 대해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 사실 '스토커'나 '박쥐'도 그렇고 장편 영화들의 국내 흥행 성적이 썩 좋지가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보기에 불편한 부분 때문이 아니냐는 손석희 앵커의 '돌직구'에도 답했다. 박찬욱은 "흥행이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데 될 때는 될 '파격적이다' '도전적이다'라며 잘 되는데, 또 같은 이유로 잘 안 되기도 한다. 저는 늘 같은 태도로 작업하는데 결과가 조금씩 다르니까 '내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한다"라며 초연한 입장을 밝혔다.
신작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특히 '영상미'에 대해 "예쁘게 멋있게 장식하는 게 제가 원하는 건 아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내용, 인물, 감정이 있으면 이것을 제일 정확하게 옮기는 수단으로써 집이라든가 옷이라든가 조명 이런 걸 설계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앞서 "왜 여배우라 부르냐"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던 박찬욱은 이날 주로 여성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이유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인간형은 뭔가 어려운 처지, 고통 받는 처지에 있다가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다. 여성들이 더 그런 때가 많기 때문에 의도한 건 아닌데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찬욱은 '천재'라는 수식어에 대해 "사실 '처재'라는 말뜻이 하늘이 내린 재능 아니냐. 사람들은 다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있고 저마다 다 천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겸손함을 유지했다.
박찬욱의 '뉴스룸' 출연은 5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무게와 영화에 대한 깊이를 알아보기에는 충분했다. 더불어 이러한 그의 철학들이 앞으로의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증을 높였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뉴스룸'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