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준열표 ‘츤데레’(앞에서는 티격태격하다가도 뒤에서 몰래 챙겨준다는 뜻의 유행어)는 진리다. 여기에 허당기도 한 스푼 추가했다. 냉미남 포스로 밀었다가, 한 순간 당겼다가 웃음도 준다.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극본 최윤교, 연출 김경희)에서는 심보늬(황정음 분)와 제수호(류준열 분)가 악연으로 만나 3주의 계약 연애를 시작했다. 보늬에게는 식물인간이 된 동생이 있고,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호랑이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이 있다. 하필 주변에 있는 86년생 호랑이띠 남자는 수호가 유일하다.
수호는 미신이라면 경멸하는 전형적인 이과형 남자다. 코드를 짤 때 유열하게 희열을 느끼고, 머리가 복잡할 때는 9단도 아닌 19단을 외운다. 합리적인 판단을 좋아한다. 즉 보늬와는 상극. 이에 아무리 보늬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부탁을 해와도 끄떡하지 않을 성격인 것이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3주 계약 연애를 시작했다. 지난 2일 방송된 4회분에서는 무려 데이트에도 나섰다. 수호는 보늬가 시한부인 줄 착각해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것. 무심한 듯 보여도 단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기억하는 세심함이 숨겨져 있다.
류준열은 이번에도 여심을 흔드는 포인트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정말 무심한 표정으로 보늬가 챙겨준 참치 샌드위치를 휴지통에 버리다가도 이내 신경 쓰이는 듯한 손짓을 하며(수호는 생선을 싫어한다),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는 보늬의 따뜻한 마음에 괜히 홀로 호들갑을 떠는 모습들이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했다가 웃음 짓게 했다가 제대로 쥐고 흔드는 모습이다.
특히나 전형적인 츤데레가 아닌 류준열이 또 한 번 진화시킨 캐릭터라 더욱 눈길이 간다. 바로 허당기가 한 스푼 추가됐다는 것. 어려서부터 책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몸을 쓰는 것엔 자신이 없지만 체한 듯 가슴을 치던 보늬의 모습을 보고 약을 들고 돌아오고, 동네에 치한이 있다는 말을 기억했다가 달려드는 모습에 어떤 여심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 besodam@osen.co.kr
[사진] '운빨로맨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