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이 50부작 사극인 SBS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다시 한 번 더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너무나 쟁쟁한 배우들이 후보로 이름을 올린 부문이라 쉽게 수상 가능성을 점칠 수 없었기는 하지만, 그래도 유아인의 수상에 이견을 내는 이는 거의 없을테다. 그만큼 유아인이 만들어낸 이방원은 특별했고, '육룡이 나르샤'는 탄탄했다.
유아인은 지난 3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5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제 52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품에 안았다. '육룡이 나르샤'로는 지난 연말 진행된 SBS 연기대상에 이어 두 번째.
이번 남자 최우수연기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리멤버' 남궁민, '태양의 후예' 송중기, '시그널' 조진웅, '용팔이' 주원 등 이름만 들어도 납득이 가는 배우들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 이에 유아인은 무대에 오른 뒤 맨 먼저 "오늘 1부부터 백상예술대상을 지켜보면서 옆에 송송 커플 앉혀두고 함께 관람했는데, 민망하다. 이런 상을 받기가"라고 운을 떼기도.
이어 유아인은 무려 50부작 사극인 '육룡이 나르샤' 출연 당시 했던 고민과 생각들을 너무나 솔직하게 털어놔 눈길을 모았다. 유아인은 이 작품에서 역대 가장 젊은 이방원을 연기했다. 이미 영화 '베테랑'을 통해 연기력을 재 인정받으며 '아인시대'를 열었던 그인지라 '육룡이 나르샤'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고,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유아인은 그 긴 시간 동안 단 한번의 흐트러짐도 없이 연기하고 또 연기했다.
뭣 모르고 행동부터 하던 어린 시절부터 권력욕에 휩싸여 광기를 뿜어내던 '킬방원'까지, 유아인은 입체적인 이방원을 위해 끊임없이 고뇌했고, 또 연기적으로도 더욱 성장했다. 왜 그가 '믿고보는' 배우인지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 순간이었다. 유동근, 안재모 등 지금껏 많은 배우들이 이방원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지만, 유아인 역시 이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럼에도 유아인은 끝까지 자기 반성을 하며 더욱 성숙된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는 "많은 고민이 스쳤는데, 정말 부끄러운 고민이었다. '피곤한데 할 수 있을까?', '50부작은 스타라면 안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 제 자신에게 부끄러웠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어 그는 "'육룡이 나르샤'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작품이었다"며 "10년간 연기를 했는데 내가 이만큼 한 작품을 하면서 나 스스로 많은 변화와 성장을 할 수 있구나, 그리고 그걸 목격할 수 있구나, 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며 지옥과 행복을 오갔던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유아인은 "배우라는 게 끔찍해서 다 때려 치우고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연기하는 순간, 촬영장의 공기 안에 들어가는 순간,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그 순간에 저 자신을, 또 다른 저를 목격하면서 황홀한 기분이 든다. 배우라서 행복하다"며 자신을 배우로서 사랑해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유아인이, 그리고 그가 연기한 이방원이 특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렇게 끊임없이 자신을 똑바로 직시하고 되돌아보며, 항상 고뇌하는 자세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더해진 '솔직함'은 유아인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 배우로서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멋지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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