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도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있을까? 어떤 것을 바라보는 남자와 여자의 관점 차이는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고, 때로는 그 다름의 깊이가 깊어 놀라움을 준다. 영화 '아가씨'를 볼 때도 남녀의 시각차는 존재하는 듯하다. 이를 피부로 가장 먼저 느낀 사람은 박찬욱 감독이었다.
'아가씨'의 정사신은 어쩔 수 없이 예비 관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요소 중 하나다. 김민희와 김태리는 동성 베드신에 대해 비슷한 질문을 수없이 받았고, "감정의 연결이 자연스러웠고, (서로로 인해)편했다"고 여러 번 답을 내놓아야했다. 이는 특정 장면이나 영화의 분위기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하는 대목이다.
박찬욱 감독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정사신에 대한 주변의 반응에 대해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더라. 어떤 사람은 많이 벗고 있는데 야하지 않다는 사람이 있고, 반대도 있다. 다 다른 것 같은데 좀 거칠게 말하면 여성들은 야하다고 느끼고 남성들은 아니라고,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대화가 많고, 몸놀림 뿐 아니라 얘기를 많이 한다. 얘기를 성적인 부분으로 찾은 게 아니라 다른 얘기도 있고 유머도 있고 하니까 성보다는 성을 포함한 좀 더 넓은 사랑 내지, 우정 내지, 교감 그런 쪽으로 확산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실망했다는 사람이 있었다. 야하지 않다고"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극 중 백작 역을 맡은 하정우의 캐릭터를 통해서도 남자와 여자 관객의 인식 차이를 발견한다고 했다. 극 중 백작은 여성들에 대해 이른바 마초적이면서도 더 나아가 뒤틀린 관점을 갖고 있는데 그의 마지막 대사가 이 같은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성들은 이 같은 캐릭터를 비판적으로 보는 한편, 일부 관객들은 공감을 하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은 "남자들이 그렇게 학습받는 거다. 자기가 그런 여자를 봤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여자들은 그렇대' 같은, 남자들끼리의 잘못된, 어려서 듣던 얘기들, (백작은) 그런 잘못된 교육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 죽기 전에 마지막 대사를 들을 때 여성 관객들 대부분은 남자들의 그 마지막 남은 알량한 자존심, '그 상황에서 기껏 하는 소리가 그것 밖에 없나?'하는 조금 조롱하는 그런 기분을 느끼는가 하면, 내 후배 남자들은 나에게 와서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 애들도 많이 있었다. 남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인다. 흥미진진한 차이더라"고 몸소 느낀 남녀의 반응차를 설명했다.
'아가씨'는 히데코와 숙희의 사랑과 도피를 통해 남성들의 세계 속에 억압된 여성들의 해방과 자아 찾기의 과정이 담겨있는 영화로 해석된다. 하지만 영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의 몫. '곡성'이 그랬듯, '아가씨'를 통해 어떤 논쟁들의 펼쳐지게 될 지 기대감을 모은다. /eujenej@osen.co.kr
[사진] '아가씨'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