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감독이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소재와 주제를 자신만의 색깔로 불편하지만 아름답게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아가씨’는 동성애와 노출신으로 얼룩진 소문과 달리 아름다웠다. ‘아가씨’에 출연하는 김민희와 김태리도 둘을 둘러싼 1930년대라는 배경도 속 시원한 결말까지 상영시간 내내 아름다운 영화였다.
‘아가씨’의 아름다움의 8할은 김태리와 김민희가 만들어낸다. 욕조에서 김태리가 김민희의 이를 갈아주는 장면, 김민희와 김태리가 처음으로 키스를 나누는 장면, 김민희가 낭독회에서 책을 읽는 장면, 김민희와 김태리가 손을 잡고 너른 벌판을 달리는 장면까지 두 여배우를 아름답게 찍기 위해 만든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들이 영화 내내 펼쳐진다.
아름다움이 주목받을수록 그와 대비되는 추함이 돋보이기 마련이다. ‘아가씨’에서 추함은 하정우와 조진웅이 전부 맡고 있다. 하정우와 조진웅은 김태희와 김민희를 도구로 이용해서 적나라하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낸다. 하정우와 조진웅의 투명한 욕망은 지질하고 한심하다. 둘의 불행이나 고난에 어떠한 연민도 느껴지지 않는다.
명쾌하게 선과 악이 나뉘어 있기에 ‘아가씨’에서는 충격과 파격적인 장면은 필요하지 않았다. 김민희와 김태리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동성끼리 이뤄지기에 파격이라고 여길 수 있다. 본질에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와 같다. 단지 여성과 여성이 관계를 갖는 장면이 낯설 뿐이다. 두 배우가 관계를 갖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다른 영화처럼 두 주인공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이 제작보고회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서 밝혔듯이 전작과 비교하면 잔인함도 충격적인 설정도 많이 걷어낸 영화다. 칸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 상에 빛나는 ‘올드보이’는 근친상간과 신체 절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흡혈귀를 주인공으로 인간의 욕망과 금기 그리고 살인을 끝까지 파고든 ‘박쥐’와 비교하면 ‘아가씨’는 확실히 귀여운 영화다.
그런 귀여운 시도가 통하는 것일까. ‘아가씨’는 현재 극장가의 뜨거운 감자다. 뜨거운 만큼 개봉 4일 만에 135만 관객을 동원하며 15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가씨’가 청소년관람 불가 영화임에도 거침없는 흥행 가도를 달리는 것은 파격을 넘어서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메시지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들어내는 작품마다 상상하던 것 이상을 보여주는 감독이기에 박찬욱은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아가씨’는 여전히 새로운 것을 꿈꾸는 박찬욱 감독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의 새로움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아가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pps2014@osen.co.kr
[사진] '아가씨'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