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버즈는 ‘가시’와 ‘겁쟁이’로 기억되는 밴드다. 팬이 아니라도 누구나 한 번쯤 버즈의 노래를 듣고 따라 불러 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이날 콘서트에서는 앞서 많은 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던 노래들을 이외에 잊히기에 아까운 버즈의 노래들로 채워졌다. 버즈는 대표곡으로만 기억되기에 버즈의 음악 세계는 폭넓고 깊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올릭핌공원 88수변 무대에서는 ‘2016 버즈 콘서트 소풍가자’가 진행됐다. 이날 버즈의 공연은 낮부터 이어진 이벤트의 연장이었다. 버즈는 공연에 앞서 팬들과 이벤트를 통해 도장을 찍어주고 선물을 증정하거나 팬들에게 미리 소풍가자를 주제로 4행시를 받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려고 애썼다. 단순히 공연의 차원을 넘어서서 팬들에게 밀착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팬들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공연도 특별했다. 버즈의 보컬 민경훈은 공연에 앞서 “오늘은 ‘가시’와 ‘겁쟁이’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라며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버즈의 노래를 많이 들려드리고 싶다”고 미리 밝혔다. ‘가시’와 ‘겁쟁이’이 이외에도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버즈이기에 아쉬움이 전혀 없었던 공연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음악 시장이 음원에 의해 주도되기 시작하면서 음악 산업도 싱글 앨범 위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최근에는 앨범의 수록곡들이 주목받거나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는 버즈가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보다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타이틀 곡 이외에도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버즈가 수록곡들에 집중해서 공연을 준비한 이유도 이해가 됐다. 버즈이기에 가능한 공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1집과 2집에서 타이틀곡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던 ‘거짓말’이나 ‘사랑 뒤의 사랑’을 민경훈의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던 것 또한 팬들에게 큰 선물이었다. 민경훈은 변함없는 가창력과 성숙해진 감성으로 무대를 촉촉하게 적셨다.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춘 밴드 멤버들 간의 끈끈함도 돋보였다. 방송과 밴드를 넘나드는 민경훈의 근황이나 소소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것은 물론 연주에서도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쿠스틱한 분위기나 헤비한 음향으로 전환도 자연스러웠다.
멤버들의 기량과 팀워크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 큰 성장을 보여준 4집 수록곡들을 라이브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콘서트의 특별한 점이었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만큼 공들인 노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노래를 완성해 나가는 모습에서 버즈라는 밴드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올 하반기에 발매될 버즈의 노래가 기다려지는 이유다./pps2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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